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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강도 범인은 현역상사/"카드빚 갚으려… 소총 범행전날 부대서 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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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강도 범인은 현역상사/"카드빚 갚으려… 소총 범행전날 부대서 빼내"

입력
2002.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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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1일 발생한 경기 포천 영북농협 총기강도사건의 범인은 현역 육군 상사로 밝혀졌다. 군과 경찰은 "26일 오후 자진 출두한 육군 모 부대 소속 전모(31) 상사가 범행일체를 자백, 특수강도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전 상사는 "카드빚과 이혼위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군수사대는 범행에 사용된 K1소총, 실탄 1발, 전 상사가 농협에서 빼앗은 현금과 수표 2,450만원 중 카드 빚 등을 갚고 남은 현금 700만원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전 상사는 범행 전날 자신의 K1소총을 부대 밖으로 빼내 범행에 사용한 뒤 다시 갖다 놓았으며, 군은 경찰이 전 상사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수사·출두 경위

군·경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범행에 사용된 차량이 2003년식 흰색EF쏘나타 승용차로 단정, 소유주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전 상사가 10일 철원의 한 렌터카회사에서 강원 차적의 쏘나타 차량을 빌린 사실을 확인하고 추적해왔다.

전 상사는 범행 후인 13일 광주 상무대로 교육 갔다 수사망이 좁혀오는 것을 알고 자진출두해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범행 당일 농협 인근에서 휴대폰을 사용한 사실과 도주과정에서 승용차가 치고 지나갔던 나무 널빤지 조각이 튀어 차량 조수석 문에 흠집이 생긴 점, 농협 인근에 버리고 간 운동화에서 발견된 머리카락의 혈액형이 A형으로 일치하는 점 등을 들어 추궁하자 범행사실을 순순히 털어놓았다.

전 상사는 공범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군·경은 사건현장 주변에 버려진 범행도구에서 3명 가량의 체세포가 발견됨에 따라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총기출처·범행동기

수사결과 전 상사는 범행 하루전인 10일 K1소총을 손질하겠다며 영외로 가지고 나가 범행에 사용한 후 오후 8시쯤 제자리에 갖다 놓았으나, 군은 이 사실을 눈치조차 채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탄환은 이전 근무부대에서 빼돌려 보관해오다 범행에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 상사는 "술값 등으로 1,000만원 가량 카드빚을 지고 있었던 데다 최근 잦은 부부싸움끝에 아내가 이혼하자며 위자료 3,000만원을 요구해와 이번 범행에서 5,000만원을 마련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군, 경찰 협조요청 묵살

군은 "사건발생 후 곧바로 모든 K1소총에 대한 약실검사와 실탄, 연막탄에 대한 재고조사 등을 실시, 별다른 혐의점이 없다"며 현역 군인에 쏠리는 의혹을 부인해왔다.

경찰은 특히 사건 발생 직후 렌터카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 전 상사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16일 군 당국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군은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과정에서 군이 경찰을 영내에 출입조차 시키지 않는 등 전혀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범인이 자백하지 않았더라면 수사가 장기화할 뻔했다"고 말했다.

전 상사는 11일 오후 4시께 포천군 영북면 운천리 영북농협에 K1소총을 들고 침입, 총을 쏘며 직원들을 위협해 현금 2,450만원을 강탈한 뒤 미리 준비해 둔 쏘나타를 타고 달아났다. 도주 과정에서 연막탄을 던지고 실탄을 난사, 주민 조모(42)씨와 농협직원 이모(45)과장이 총상을 입었다.

/포천=한창만기자 cmhan@hk.co.kr 김정호기자 azure@hk.co.kr

■ 범인 일문일답

26일 군 헌병대에 자진 출두한 범인 전모 상사는 27일 밤 계급장 달린 녹색 점퍼근무복 차림으로 취재진에게 모습을 드러냈으나 수갑 찬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시종일관 고개를 떨궜다. 굳게 입을 다물던 전 상사는 군 헌병대가 취재진의 사진촬영을 의식, 점퍼근무복 어깨에 달린 계급장을 떼내자 어깨를 들썩이며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총은 어떻게 갖고 나왔나.

"범행 전에 총기를 닦아야 한다며 사단본부 내무반에서 PX로 소총 6정을 갖고 나왔다. 이 가운데 5정을 사병들에게 닦게 하고 1정을 범행에 사용했다. 범행하고 오후 4시 30분께 돌아와 오후 8시에 내무반에 반납했다."

-연막탄은 언제 확보했나.

"10여년 전 하사 시절 갖고 있던 것으로 제품번호는 사포로 밀어 지웠다."

-공범은.

"혼자 했다. 목격자들이 잘못 제보한 것 같다."

-검문은 없었나.

"검문소 없는 곳으로만 다녀 한번도 받지 않았다."

-범행동기는.

"아내가 암에 걸려 아프다. 지금 이혼준비중이다. 위자료도 주고 카드빚을 갚기 위해 했다."

/포천=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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