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가능한데도 신형으로 교체하기 위해 버려진 휴대폰이 지난해 약 820만대, 액수로는 1조5,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등 '통신 과소비' 현상이 심각하다.27일 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2001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소비된 휴대폰 단말기는 약 1,500만대로 이 가운데 60%인 900여만대는 신형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었다. 이 900여만대 중 이동통신 사업자에 의해 수거돼 임대나 수출 등으로 재활용된 것은 80만2,000대에 불과, 나머지 820만대가 성능에 문제가 없음에도 단지 구형이라는 이유로 폐기처분된 것으로 추정됐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구형 단말기의 대당 가격을 20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지난해 폐기된 휴대폰 단말기 규모는 1조6,4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에 판매되는 CDMA 휴대폰 매출액의 5.25%를 미국 퀄컴사에 기술료로 지불하는 것을 감안하면 861억원의 외화가 단말기 교체를 위해 낭비된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신업체의 과당 경쟁으로 고객이탈률이 선진국의 1.5배에 달하는 것도 통신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SK텔레콤(이탈률 28.8%), KTF(38.4%), LG텔레콤(42.0%) 등 한국 이통업계의 이탈률은 연간 평균 36%에 달해 일본 NTT도코모(14.1%), 영국 보다폰(25.2%), 프랑스 SFR(21.6%) 등 선진국에 비해 50% 가량 높았다.
10대 청소년의 이동전화 가입이 급증하는 것도 문제이다. 10대 청소년의 2000년 말 휴대폰 가입자는 186만6,000명(총 가입자의 7.0%)에 불과했으나 6월말에는 252만1,000명(8.2%)으로 65만명, 35.1%나 증가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강재섭 의원은 "우리나라 10대인구 665만명중 38%가 휴대폰을 갖고 있다"며 "청소년의 절반 이상(57.2%)은 문자메시지나 친구들과의 잡담 등을 위해 휴대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한편 통신 과소비 현상이 심화하면서 이동통신 요금을 연체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사람이 3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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