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말 2사 만루 김종국의 빗맞은 타구가 좌전안타가 되는 순간 기아 김성한 감독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기아 감독으로 부임한 후 포스트시즌서 거둔 첫 승리이자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귀중한 1승이었기 때문에 감회가 남달라 자신도 모르게 덕아웃에서 뛰쳐 나온 것. 천신만고끝에 승리를 맛본 김성한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첫 승을 따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했다"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1차 전 패배 이후 입을 굳게 다물었던 김성한 감독은 이날 승리를 위해 자신의 평소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다. "희생번트는 아웃카운트 한 개를 그냥 버리는 것이다. 그게 아깝지도 않냐"며 번트를 작전의 하책으로 여기고 병살타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선수들에게 맡기는 공격적인 스타일을 고집했지만 1승에 목마른 이날은 초반부터 달랐다.
1회 선두타자 이종범이 출루하자 김종국에게 희생번트를 시켜 선취점의 발판을 삼았고 3회 정성훈이 볼넷으로 걸어나가자 이종범에게도 주저 없이 번트를 시켜 추가점을 빼냈다. 기아가 이날 성공시킨 희생번트만 4개.
1차전에서 결승홈런을 맞았던 신인 김진우를 2차전에서 다시 마무리로 내세우며 젊은 감독 특유의 패기를 보여줬다. 그러나 김감독은 김진우가 동점을 허용하는 등 고전 끝에 이기자 김성한 감독은 "3차전부터는 김진우를 마무리로 고집하지 않겠다"면서 자신의 패착을 솔직히 토로하기도 했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해 과감하게 변신한 김 감독이 3차전서 어떤 작전을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광주=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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