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조흥은행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정부의 은행 지분 매각작업(민영화)이 한층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하지만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지분을 처분하는 방식이 현금이 아닌 주식교환 거래 일색이어서 도리어 공적자금 회수와 은행 민영화를 지연시키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27일 정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서울은행의 합병에 이어 조흥은행의 매각도 대금을 현금으로 받는 게 아니라 인수자의 주식으로 받는 '주식스왑'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공적자금 투입이후 정부가 보유한 조흥은행 지분은 80.05%. 현재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인 신한지주가 액면가(5,000원)에 이 지분을 전량 인수할 경우 인수대금은 약 2조7,000억원 대로 추정된다.
신한지주는 최근 굿모닝증권 인수 등에 따른 자금여력 부족으로 현금 일부와 주식을 혼합해 인수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은 하나·서울의 합병방식처럼 정부에 신한지주의 보통주를 주고, 합병은행(신한+조흥)이 향후 이익금으로 정부지분을 단계적으로 사들여 소각하는 방법이 유력하다. 이 같은 주식스왑 방식으로 매각이 이뤄지면 두 은행의 자산규모 등을 고려할 때 정부가 갖게 될 합병은행의 지분은 최소한 40%에 달하리라는 게 금융계의 추정.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던 우량 민간은행(신한)이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인수함으로써 일순간에 '국유은행'으로 뒤바뀌는 격이다.
정부 입장에선 외형상 부실은행을 조기에 매각하는 성과를 거두는 셈이지만 보유주식의 종류(조흥은행→신한지주)만 달라졌을 뿐 공적자금 회수는 다시 한번 연기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주식이란 게 워낙 위험성과 가변성이 높은데다 국내외 주식시장이 장기침체 징후마저 보이고 있어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과연 정부가 언제 합병은행 지분을 현금화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실제로 주식교환 방식으로 통합된 하나·서울은행은 최근 주가 하락으로 정부의 합병은행 지분(약 30%) 매각은 물론 합병일정 자체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현재 하나은행의 주가는 1만5,500원(25일 종가)이지만 합병에 따른 매수청구가격은 1만7,252원으로 책정된 상태. 실거래가보다 매수청구가격이 10%나 높기 때문에 11월 중순으로 예정된 매수청구 신청에는 차익을 노린 일반 투자자들의 참여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의 급격한 하락이 불가피하고, 이를 막기 위해 자칫 합병자체를 무기한 연기하는 사태가 야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 구조조정에 대한 외형상의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임시방편적인 주식교환 방식에 너무 매달리고 있다"며 "은행산업의 안정적 발전과 공적자금의 원활한 회수를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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