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등 세 정상은 27일 회담에서 화음을 내는데 주력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돌출 발언으로 흐름을 꼬이게 할 것을 염려,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고 기자들과의 접촉까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한일 양국은 사전 조율과정에서 회담의 오프닝을 기자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기자 없는 회담'을 주장했다. 결국 사진기자와 ENG 카메라 기자만을 입장시키기로 결론이 났는데 이는 기자들이 부시 대통령에게 즉석 질문을 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후문이다. 공동 기자회견도 없었다.
이는 지난해 3월 한미 정상회담 때 공동발표문은 정제돼 있었지만, 부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회의적(skepticism)'이라고 말하면서 상황이 어렵게 된 것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였다. 아울러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고려도 작용했다. 부시 대통령도 강한 발언을 자제했다. 그는 회담 중 "핵 문제를 풀면 다른 문제도 풀 수는 있다"며 여러 차례 핵문제를 '기회'(opportunity)라고 지칭했다.
회담은 압축된 절차로 진행됐다. 회담 시간은 통상의 정상회담 보다도 턱없이 짧은 40분이었으며 그것도 당초에는 30분으로 예정돼 있었다.
'텍사스의 거친 스타일'로 정평이 난 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을 예우하는 모습도 특기할 만했다. 부시 대통령은 김 대통령이 맨 나중에 입장하자 입구까지 나와 맞아들였다. 회담 중 김 대통령이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세계의 냉전 종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아직 남아 있는 한반도 냉전을 당신(부시 대통령)이 해결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자 부시 대통령은 "감사하다"고 답했다.
/로스카보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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