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이 핵 해체를 위한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북한과의 대화는 없다는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담화가 발표된 시점이 미국 동부 시간으로 밤중이어서 미국의 공식적인 반응은 늦게나 돼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북한의 핵개발 시인 이후 미국 정부와 공화당 내에 흐르는 강성 기류를 감안할 때 북한의 담화는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보다는 미국이 강공책을 사용할 빌미를 제공하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워싱턴 한반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이 중유공급을 중단하거나 경수로 건설 지원 중지를 한국, 일본 등에 요청하는 등 대북 제재 카드를 더욱 빨리 빼들 수 있다는 얘기다.
24일 오후 멕시코에서 열린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대북 적대정책의 선(先)철회를 전제로 한 북한의 입장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조건부 대화제의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백악관과 국무부도 그동안 수차례 브리핑을 통해 "북미 관계의 개선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데서 출발할 것"이라며 북한 핵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특히 미국측은 북한의 불가침협정 체결 제의는 그동안 북한이 끊임없이 제기해온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 주장을 무늬만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하는 분위기이다.
외교 소식통은 "평화협정 체결 문제는 4자회담의 틀 속에서 논의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며 "한국을 배제하고 북한과 미국이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담보할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미국 정부가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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