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병풍(兵風)수사는 본격적인 대선정국 돌입을 앞둔 시점에서 결국 증거부족에 따른 종결로 결론지어졌다.우선 검찰은 이정연(李正淵)씨의 병적기록표 위·변조와 신검부표 파기 여부, 녹음테이프 성문분석 등 객관적인 문서나 증거자료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증을 거쳐 대체로 객관적인 수사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숱한 의혹이 제기됐던 병적기록표에 대해 광범위한 관련자 조사를 거쳐 위·변조 가능성이 없다고 명쾌한 결론을 내놓은 점이나, 객관적인 기관을 통한 성문분석 등 과학적 수사방법을 총동원해 테이프 증거력 부족의 근거를 제시한 부분 등은 이번 수사에서 가장 큰 성과로 지적된다.
그러나 검찰이 내심 정해놓은 시한에 쫓기거나 정치적인 논란 등을 의식하는 바람에 전체적으로는 기대에 못미치는 수사결과를 내놓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25일 수사발표에서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정연씨가 1991년 2월8일 입영신검 직전 서울대병원에서 받은 병사용 진단서의 발급 경위. 정연씨는 90년 6월18일 서울대병원에서 "신장 180㎝, 체중 50㎏에 비정상적 체중감소"라는 진단서를 발급받았지만 이듬해 2월에는 진단서 발급 기록만 있을 뿐 의무기록조차 남아있지 않아 진단서 허위발급 의혹까지 제기됐다. 검찰은 "의무기록 없이 진단서가 발급되는 경우는 없으며 진단서가 면제용으로 쓰였을 공산이 크다"면서도 당사자인 정연씨나 진단서 발급자인 서울대 김모 전 교수 등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았다.
은폐 대책회의 수사도 봉합에만 급급한 인상이다. 검찰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제3의 인사를 조사한 결과 대책회의가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검찰이 내세운 제3자는 대책회의 의혹 당사자인 여춘욱(余春旭) 전 병무청 징모국장이어서 이런 결론이 객관성을 갖췄다고 보기 힘들다.
또 김길부(金吉夫) 전 병무청장은 이들을 만난 사실조차 부인하는 등 모순된 태도를 보였지만 대질조사 등 검증작업없이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병적기록표 위·변조나 신검부표 파기 근거가 없는 이상 대책회의도 신빙성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특수수사의 기본원칙에 비춰볼 때 개운치 않다.
군검찰 내사의혹과 관련해서도 김대업(金大業)씨와 유관석(柳灌錫) 소령은 99년 합수부 수사당시 김도술씨의 간이진술서를 본 적이 있다고 주장하고 당시 군검찰관 김현성(金賢星) 판사 등은 정연씨 병역비리 첩보를 들었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은 이를 부인하는 고석(高奭) 대령과의 진술 차이만 확인했을 뿐이다.
어쨌든 검찰이 수사결론을 내림으로서 그동안 정치·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이른바 '병풍'은 잦아들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 사안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김도술씨 검거나 군검찰 및 병원관계자 등의 진술변화가 있을 경우 재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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