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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兵風" 검찰에 상처만 남겼다/정치권에 휘둘리고… 내부갈등까지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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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兵風" 검찰에 상처만 남겼다/정치권에 휘둘리고… 내부갈등까지 노출

입력
2002.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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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일간 끌어온 이정연(李正淵)씨 병역비리 수사가 25일 일단락되면서 검찰안팎에서 수사를 둘러싼 비판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이번 수사로 검찰은 수사팀내 간부간의 균열을 여과없이 내보이는 등 내홍을 겪었고 정치권과 언론은 각자의 이해관계와 입장에 따라 극명한 대립양상을 띠었다. 법조계 인사들은 병풍수사에 대해 "사건의 매듭을 지었다는 수사성과와는 무관하게 검찰, 정치인, 언론을 포함, 모든 국민에게 상처를 준 수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밖으로는 정치권에 휘둘리고

검찰 내부적으로는 검찰권을 이리저리 흔들며 대선정국에 이용한 여야 정치권과 내부 갈등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한 수사팀에 대한 비판이 교차했다.

대검의 한 검사장은 "도대체 이런 식으로 검찰을 이용한다면 검찰이 존재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며 "내심으로는 검찰 수사를 믿지도 않으면서 필요에 따라 사건을 검찰에 넘겨버리고 수사진행까지 방해하는 정치권의 행태에 신물이 난다"고 분개했다. 대검의 다른 간부는 "어차피 정치적으로 휘둘릴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기에 매를 맞더라도 DJ비자금 수사처럼 한시적 수사유보가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조했다.

■검찰내부에서는 미묘한 갈등

검찰 고위간부는 검찰내부의 조율시스템이 실종된 것이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간부는 "어느 수사나 수사팀내에서 이견이 생길 수 있다지만 이번 수사에서는 그 정도를 넘었다"며 "수뇌부도 사안이 예민하다는 이유로 서울지검에 모든 짐을 맡길 것이 아니라 적시에 불화를 진화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날 3차장실에서 이뤄진 수사결과 발표에서도 수사팀장격인 특수1부장이 빠지고 3차장과 수사반장만 참석하는 이례적인 모양새를 보였다. 더욱이 서울지검은 통상적으로 허용하던 사진촬영도 금지하는 등 극히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방향 등을 두고 법무부장관·특수1부장과 서울지검장·수사반장 간 심각한 견해차를 보였으며 이것이 결국 김대업(金大業)씨 사법처리 여부 등의 문제에서 갈등으로 표출됐다는 설 등이 난무하고 있다. 옷로비 의혹사건의 특별검사보였던 양인석(梁仁錫) 변호사는 "밖에서 갈등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빴다"며 "검찰 스스로 자중자애하는 모습이 깨져버린다면 어떻게 외부의 역풍을 막아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언론에도 책임있다

검찰수사의 혼란상에 대해서는 언론의 책임도 상당부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공보업무에 관여했던 한 검사는 "이번처럼 각 언론사간 정치적 입장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적은 없었다"며 "정치권처럼 언론도 각자의 이해에 따라 검찰을 흔들기는 마찬가지였다"고 비판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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