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美에 불가침 조약 요구 의도/北 "先대화 後핵포기" 카드꺼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美에 불가침 조약 요구 의도/北 "先대화 後핵포기" 카드꺼내

입력
2002.10.26 00:00
0 0

북한 외무성의 25일 담화는 일단 '선(先) 대화―후(後) 핵 포기'로 요약할 수 있다. 북한은 대신 핵 등 '미국의 안보상 우려사항'을 포기하는 전제조건으로 '북미 불가침 조약' 체결을 요구했다. 이 조약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 불사용 약속을 포함한 것으로, '악의 축' 국가 등에 대한 선제공격을 정당화한 '부시 독트린'에 대응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한미일 3국이 북한 핵 위기에 대한 대응 수위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이 먼저 구체적인 협상의 목표를 제시한 셈이다.하지만 북측의 제안은 즉각적, 무조건적 핵 포기 조치를 요구한 미국의 가이드라인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어서 원만한 핵 위기 해결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북한은 "벌거벗고 무엇을 가지고 대한단 말인가"라고 핵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굴복은 죽음"이라면서 "죽음을 각오한 자 당할 자 없다"고 결연한 대미 항전 의지까지 보였다.

그러나 외무성 담화는 전반적으로무력 충돌 보다는 대화와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은 서두부터 남북관계 등 대외관계 개선과 내부의 경제개혁 등 정세의 변화를 강조하는 등 담화 곳곳에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피력했다.

북한이 핵 포기의 조건으로 불가침 조약 체결을 요구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불가침조약은 북한이 1974년 이후 줄곧 요구해온 '북미 평화협정'의 전단계로, 96년 2월 제의했던 '잠정협정' 보다 더 적극적인 평화 공세이다. 여기에는 미국이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를 작성하는 등 대북 '선제공격'의 의지를 현실화하고 있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즉 북한은 불가침조약 체결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체제를 공인 받는 대신, 대량살상무기(WMD)를 포기하는 포괄협상을 겨냥한 셈이다. 백승주(白承周) 한국국방연구원(KIDA)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제의는 미국의 선제공격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동시에 체제를 인정 받기 위한 고도의 대화 전술"이라고 해석했다.

우리 정부는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북한의 태도가 선(先) 핵 포기 방침을 고수해온 한미일 3국의 방침과 크게 배치되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핵개발 포기를 천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에 대화를 종용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시인하면서도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원칙론을 되풀이했다. 정부가 북측의 진전된 태도를 이끌어내면서 미국을 대화의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 불가침 조약

북한이 미국에 제의한 '불가침조약'은 일반적으로 "국가가 상호간에 무력으로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을 약정하는 조약"을 의미한다. '동맹조약'이나 '상호원조조약'이 제3국에 대항하는 의미가 있는데 비해, 이 조약은 체결국 간 전쟁 가능성을 배제하려는 상호 안전보장의 성격이 강하다. 1930년대 말에 소련이 주변국과 이 조약을 맺기도 했지만 2차대전 이후에는 이 조약을 맺은 나라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