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최영철(46·사진)씨가 어른을 위한 동화 '사랑하게 되면 자유를 잃게 돼'(박현정 그림·문학과경계사 발행)를 펴냈다. 작가는 "인간은 누구나 사랑을 갈구하며 살지만 그 사랑은 너와 나를 옭아매는 감옥이기 쉽다"고 말한다.'석규'라는 암코양이가 있었다. 주인 아가씨가 좋아하는 남자 배우를 따라 지어준 이름이었다. 아가씨는 '일류대학을 나온 대기업 대리'라는 옷에 반해 배불뚝이 남자와 결혼했다. 남자는 고양이를 끔찍하게 싫어했다. 석규는 신혼집 베란다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배불뚝이는 미웠지만 아가씨를 너무 사랑해서 참을 수 있었다.
그때 방랑자 고양이를 만났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과 같이 살고 있어. 그것도 나쁘지 않아"라는 석규의 말에 방랑자는 이렇게 말했다. "고양이는 자유야.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이 모두를 사랑하는 것이지. 그게 자유야." 홀로 설 수 있을 때 자유를 알게 될 것이라는 방랑자 고양이의 도움말은 곧 현실이 되었다. 배불뚝이 남자가 기어이 석규를 쫓아냈고, 외로움에 지친 석규는 길에서 만난 영은이라는 여자아이를 쫓아갔다. 집에 불이 날 위기에 처한 줄도 모르고 잠든 영은이를 물어가면서까지 깨워 살렸지만, 돌아온 것은 내쫓김 뿐이었다.
홀로 되면서 사랑을 만났다. 우연히 알게 된 수코양이 나비와 함께 지내게 됐다. '석규'라는 옛 이름도 '하늘'이라는 새 이름으로 바꿨다. "내가 너의 하늘이 되어 줄게. 넌 훨훨 날아가는 나비가 되렴." 길은 대부분 사람들이 차지했지만, 두 마리 고양이는 자기들만의 길을 만들면서 돌아다녔다. '고양이는 자유'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될 즈음이었다. 고양이 사냥꾼들이 나비를 잡아갔다. 나비는 죽을 것이다. 방랑자 고양이의 말이 맞았다. 사랑하게 되면 자유를 잃게 된다. 나비는 하늘이의 모든 것을 가져가 버렸다. 하늘이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석규는 홀로 되는 것이 무서워서 아가씨 곁을 떠나지 못했다. 많은 사랑이 그러할 것이다. 자유를 잃고 사랑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은 감옥 문이 열려 있어도 밖으로 나오기를 두려워한다.
최영철씨는 그 사람들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묶어둔 것들을 날려보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감옥을 나왔을 때 하늘이는 자유를 얻었고 더 큰 사랑을 얻었다. 그리고 그 사랑이 예전의 감옥 속 사랑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늘이는 이제 '사랑하게 되면 자유를 잃게 된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안다. 그 순간 하늘이는 사랑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된다. "내가 건너지 못하면 나비가 죽을 것이다. 내 목숨과 나비의 목숨을 바꿀 수만 있다면!" 하늘이가 얻은 것은 사랑의 자유였다. 그것은 고양이라는 이름의 지렛대 위에서 사랑과 자유를 나란히 놓아본 시인이 마침내 찾은 지렛목의 균형점이기도 하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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