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5일 이틀째 국정원의 도청 여부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계속했다. 국정원과 민주당은 "현장 조사를 해 도청 여부를 확인하자"며 한나라당을 압박했고, 한나라당은 "각계 각층의 인사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도청이 이뤄지고 있다"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국회 정보위는 전날 민주당 함승희(咸承熙) 의원 폭언 파문이 해결되지 않아 이날 개의도 못한 채 파행, 28일 오후 회의를 다시 소집키로 했다.■민주당·국정원의 반격
국정원은 도청 문제와 관련, 이례적으로 강경 대처했다. 신건(辛建) 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가 열리지 못하자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장이 언론에 얼굴을 내민 것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국가정보기관을 난도질하는 것을 지켜볼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원장은 "정치권은 회의도 열지 않은 채 뒤에서 정치 공세만 하려한다"고 비난한 뒤 "감청시설 현장 검증을 실시, 정정당당하게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또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의 통화 도청 자료라는 것도 (실체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국정원이 도청한 내용이라고 주장한 자료 가운데 대한생명 건, 박지원(朴智元) 청와대비서실장과 일본인 요시다씨와의 통화 내용 등에 대해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데 이 금감위원장 관련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만일 정 의원이 이 자료가 도청 자료가 아닌 것이 증명될 경우 다른 두 건에 대해서도 도청 자료가 아님을 시인한다면 공개할 용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옥두(金玉斗) 의원은 정형근 의원을 향해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몰아쳤다.
■한나라당의 계속된 공세
정형근 의원은 이날 "100쪽 분량의 도청 자료를 갖고 있다"며 일부 기자들이 관계된 내용을 읽어주기도 했는데 해당 기자는 "지난 3월 한나라당 모 의원과 통화한 내용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검찰에도 마약수사 등을 위해 CDMA 감청 기기가 있다"며 "미국이 1996년에 CDMA 감청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辛국정원장 일문일답
다음은 신건 국정원장과의 일문일답.
―국정원이 도청 장비를 도입했다는 보도가 있다.
"해당 언론사에 민·형사소송을 제기했다. 국가기관의 장비구입은 관세청을 통해 하는 만큼 확인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8국(과학보안국)을 왜 해체했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무부서를 없애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다. 법적으로 가능한 감청은 간첩 적발이나 방첩 업무를 위해서인데 주무부서에서 실질적으로 하도록 떼어준 것이다.
―도청했다면 책임 지겠는가.
"도청을 했다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아니라면 도청설을 주장한 사람이 심판 받아야 한다. 국회 정보위의 현장 감사를 무제한 받겠다고 요청했다. 한나라당은 도청 시설을 이미 치워놓았다고 하는데, 그런 시설을 하루 이틀 만에 치울 수 있느냐."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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