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연씨 병역비리의혹 수사에서 사실상 '무혐의' 결론에 도달한 데는 김대업씨 주장의 신뢰성 및 일관성 결여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수사결과 발표에서 김씨 주장에 드러난 모순점을 조목조목 열거했다.김씨 주장의 허구성을 뒷받침하는 가장 대표적인 정황은 수지김 살해사건으로 구속수감 된 윤태식(尹泰植)씨에 대한 녹음테이프 조작제의. 검찰에 따르면 윤씨는 올1월 자신의 변호인들에게 "수지김 부검의사인 홍콩 법의학자와의 대화를 녹음한 뒤, 녹음테이프를 유리하게 편집해 주겠다며 5억원을 줄 것을 김씨가 제안해 왔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때는 병풍이 점화되기 이전인 만큼 윤씨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김씨는 2차 제출 테이프에 대한 성문분석이 한창 진행 중이던 9월22일 "99년 3∼4월 녹취했다는 녹음테이프가 어떻게 2001년 생산된 제품일수 있느냐"는 검찰측 추궁에 몹시 당황해 하며 별다른 해명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김씨는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했고 결국 이것이 김씨에 대한 마지막 검찰 조사가 됐다.
녹음테이프의 녹음 및 보관, 제출 과정에 대한 김씨의 주장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씨가 지난해 8월 이정연씨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한 자필진술서를 검찰에서 작성한 사실이 있지만, 당시 김씨는 핵심 인물인 김도술씨나 한인옥씨, 녹음테이프의 존재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 4월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병역비리 폭로를 위한 기자회견 알선을 부탁하면서 이들로부터 "관련자 진술을 녹음하라"는 조언까지 받은 상황에서도 녹음테이프의 존재에 대해 일체 말하지 않았다. 1999년 3∼4월께 김도술의 진술을 녹음까지 해 놓고 이를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김씨는 신검부표 파기경위에 대한 설명에서도 앞뒤가 다른 진술을 했다. 지난해 8월 자필 진술서에서 김씨는 "춘천지역 기무부대 책임자가 파기를 지시했다"고 진술했으나 현재는 "전태준 당시 국군의무사령관이 김모 대령을 통해 장모 원사에게 파기를 지시했다"고 말을 바꿨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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