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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파리 한 조각/도공이 되고싶은 소년의 인내와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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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파리 한 조각/도공이 되고싶은 소년의 인내와 용기

입력
2002.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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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린다 수 박 지음·김세현 그림·이상희 옮김 서울문화사 발행·전2권 각권 7,000원올해 1월 재미동포 2세 린다 수 박(42)이 안데르센상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아동문학상으로 평가받는 뉴베리상을 수상했다는 희소식이 미국으로부터 날아왔다. 그녀의 수상 소식이 무엇보다 값진 이유는 그 작품 내용이 한국인에게서도 잊혀져가고 있는 한국의 예술과 장인(匠人)정신을 소재로 했다는 데 있었다.

이번에 국내 번역된 수상작 '사금파리 한 조각'은 도예가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한 소년의 이야기다. 배경은 12세기 고려시대 전북 부안의 바닷가 도자기마을 줄포. 고려청자를 만들기 위한 도공들의 치열한 장인정신을 테마로 삼고 있다. 원제는 'A Single Shard'이다.

주인공 목이는 마을 다리 밑에서 어려서부터 자신을 돌봐준 두루미 아저씨와 가족처럼 어울려 산다. 날 때부터 오그라들고 뒤틀린 종아리와 발을 가지고 있어 늘 다리 하나만으로 서 있는 모습 때문에 '두루미'라는 이름을 갖게 된 아저씨는 마음씨 고운 사람이다.

고아 목이에게는 도공이 되고 싶은 꿈이 있었다. 마을 최고의 도공 민 영감의 작업장을 몰래 훔쳐보다 도자기를 깨뜨린 목이는 아흐레 동안 일 하는 것으로 빚을 갚기로 약속하면서 민 영감의 작업장에 들어간다. 진흙을 빚는 일부터 시작해 물레 돌리기, 유약 바르기, 상감 새기기, 가마에서 굽기까지 고려 청자를 만드는 과정은 어린 목이의 눈을 사로잡았다.

퉁명스런 민 영감에게도 평생 소원이 있는데, 왕실의 도자기 주문을 받는 것이다. 왕실이 있는 송도로 도자기 운반 일을 맡기로 자청한 목이는 여행 도중 산적을 만나 그만 소중한 도자기를 깨트리고 만다. 사금파리는 사기그릇의 깨어진 조각을 일컫는 순 우리말. 목이는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사금파리 한 조각을 들고 궁궐에 도착해 마침내 왕실의 도자기 주문을 받아낸다.

그러나 벅찬 가슴으로 줄포에 돌아온 목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두루미 아저씨의 죽음이었다. 두루미 아저씨의 희생의 대가인듯 목이는 냉정했던 민 영감으로부터 형규라는 이름을 받고 꿈에도 그리던 도공의 자격을 얻게 된다.

뉴베리상 선정위원회가 수상이유에서 밝혔듯 작가는 도공의 꿈을 이루려는 목이의 모습을 통해 한국인 특유의 용기와 인내, 예의를 잘 드러내고 있다. 냉정했던 민 영감 역시 나중에는 속정 깊은 할아버지임이 드러나고 민 영감의 부인은 고아 목이를 따뜻하게 감싸준다.

시카고 근교에서 자란 작가는 '널 뛰는 소녀'(1999) '연 싸움'(2000) 등을 통해 늘 한국의 전통 문화가 스며 있는 작품을 발표해 왔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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