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뚱(毛澤東) 시대 혁명 간부에서 기술 관료 시대를 열었던 중국의 정치 엘리트 집단인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을 위시한 제3세대가 11월 8일 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16전대)를 계기로 제4세대에게 권력을 이양한다.
혁명 1, 2세대의 완전한 퇴진과 테크노크라트 시대 개막에는 중국 개혁·개방 정책의 기수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이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배후에 있었다.
제3세대는 鄧의 간부 연소화, 전문화, 혁명화, 원로 동반 퇴진 유도 등에 따라 중국 정치의 전면에서 완전한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다.
16전대를 2주일여 남겨둔 현재 江 주석은 거취 표명을 미룬 채 방미, 25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업적 부각을 위한 상징적 고별 행사 격인 정상회담을 갖는다. 관측통들은 江 주석이 베이징(北京)을 떠나기 전 당내 파벌 간 갈등 끝에 지도자 인선 조율 작업을 끝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결과는 16전대 직후 공개될 전망이다.
초미의 관심사는 江 주석이 보유하고 있는 당 총서기, 국가 주석, 중앙군사위 주석 등 3개 최고 직책을 후계자로 부상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부주석에게 완전히 이양하느냐이다.
현재 베이징에서 떠도는 전망은 적어도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직은 이번 당 대회와 내년 3월 전인대를 통해 물려준다는 것이다. 중앙군사위 주석직 이양설도 솔솔 나온다.
22일 신화통신은 주목할 만한 뉴스를 전했다. 공산당이 황쥐(黃菊·64) 상하이(上海)시 당서기, 자칭린(賈慶林·62) 베이징시 당서기를 당 중앙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교체했다는 것이다. 黃과 賈 서기는 江 주석의 측근이며 16전대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거론되는 인물군에 속한다.
그 동안 치열한 당내 파벌 간 갈등이 전개됐다. 또 최근에는 당 외에 공안, 안전부, 검찰 등 공조직도 후계구도 표 대결까지 가는 양상을 염두에 두고 활발히 움직이는 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고 정통한 소식통은 전했다.
江 주석 측근들은 지난 여름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까지도 江 주석의 유임, 반퇴(半退)나 쩡칭홍(曾慶紅) 당 조직부장 중심의 후계 구도 밑그림을 시도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당의 안정과 장기적 발전이라는 명분과 범 반대세력의 저항에 밀려 제동이 걸렸다.
현 3세대는 16전대를 계기로 70대 이상은 대거 물갈이돼 리펑(李鵬) 전인대 상무위원장, 주룽지(朱鎔基) 국무원 총리도 전면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李 위원장은 최근까지 국가주석직 요구설 등 소문이 많았는데 내년 3월 전인대까지 불씨가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후진타오, 리루이환(李瑞環) 정협 주석, 원자바오(溫家寶) 부총리, 쩡칭홍, 뤄간(羅幹) 당 중앙서기처 서기 등이 물망에 오르고 국무원 총리로는 溫 부총리가 유력하다.
江 주석은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직을 이양해도 반대급부로 지분을 확보, 일정한 영향력 행사가 예견된다. 曾 부장의 중용설, 黃·賈 서기의 중앙 발탁 등도 이런 맥락의 일환이 아닌가 추측된다.
일부에서는 군사위 주석직 이양을 2년 정도 보류하면서 대만이나 외교 문제를 관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江 주석은 안정과 풍요 시대를 이끈 지도자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정치·사회 개혁에 소극적이어서 인권과 민주화 후퇴, 부패, 대량 실업, 빈부 격차 문제 등이 그늘로 남아 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 4세대 지도부 성향
후진타오(胡錦濤) 부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4세대 지도부는 장쩌민(江澤民) 주석 시대에 비해 집단지도체제 성격을 더 강하게 띨 전망이다.
胡 부주석이 육성된 지도자인데다 권력 핵심부인 7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江 주석 측근들이 진입하기 때문이다.
이미 정치국 상무위원인 胡 부주석 이외에 새로 상무위원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4세대 후보군은 대체로 8명으로 압축된다. 정치국 정위원인 황쥐(黃菊·64), 우방궈(吳邦國·61), 원자바오(溫家寶·60), 자칭린(賈慶林·62), 리창춘(李長春·58), 우관정(吳官正·64)과 후보위원인 쩡칭훙(曾慶紅·63), 우이(吳儀·64·여) 등이다. 이중 黃과 曾은 江 주석의 측근 세력인 상하이방(上海幇) 핵심 인물로 장차 江 주석의 당내 대리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4세대 지도부는 문화대혁명기 대학을 다니면서 입당했다. 따라서 이들은 당성(黨性)이 인성(人性)보다 강조되는 시기에 초급 당원으로서 철저한 이념교육을 받았다. 4세대가 1989년 6·4 천안문 사태 유혈진압 책임에서 면제돼 있지만 이들에게 급속한 정치개혁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胡 부주석은 88∼92년 시장(西藏·티베트) 자치구 당서기 재직 당시 분리독립운동 진압을 위해 개혁·개방 이후 처음으로 도시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한 적이 있다.
4세대는 대부분 기술관료로 출발, 지방 당조직에서 능력을 발휘해 발탁된 엘리트들이다. 이런 점에서 4세대는 현장경험과 행정실무 경험을 풍부하게 갖고 있다. 업무 추진능력도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리창춘과 우관정은 국유기업 개혁을 위해 최초로 파산법을 도입하는 데 앞장섰고, 우방궈는 대기업 합병을 주창했다.
이들에게도 약점은 있다. 우선 소련과 동유럽에서 유학한 3세대와 달리 해외유학 경험을 가진 사람이 없다. 외교·국방 분야 실무경험을 갖지 못한 것도 흠이다. 이러한 특성은 江 주석이 4세대의 약점 보완을 명분으로 군사 분야를 당분간 관장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할 수도 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 16全大 뭘 논의하나
공산당 16전대는 21세기 들어 처음 개최되는 당대회다. 따라서 16전대에서는 권력 핵심부 세대교체 문제뿐 아니라 24년에 걸친 개혁·개방의 성과를 재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16전대의 핵심 의제는 무엇보다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내놓은 3개 대표론(三個代表論)의 당헌 삽입 여부 및 자본가 입당 허용 여부가 될 것이다. 당헌 개정을 통한 3개 대표론 삽입은 江 주석의 향후 영향력과도 직결돼 있어 아직 지도부 내에서도 결론을 못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가 입당 문제는 당헌 개정 등을 통해 공식화할지, 아니면 비공식적 방법을 택할지 진통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화할 경우 예상되는 노동자·농민층의 반발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부패문제와 대규모 실업, 도농·지역간 발전 불균형 문제도 주요 의제로 꼽힌다. 이들 문제는 개혁·개방의 부작용으로 공산당 집권의 정당성을 위협하고 계속적인 개혁·개방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중국 지도부는 부패문제가 정경유착 형태를 띤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부패는 당과 국가의 권력이 지나치게 크고, 국유재산이 비대한 구조적 상황에서 발생한다. 부패 해결을 위해 지금까지 추진해 온 정치·경제 분리를 심화하는 한편, 당·정 분리 문제도 심도 있게 다룰 전망이다.
실업문제 완화를 위해서는 기존의 실업보험제도와 생활보조금 지급 확대 방향이 논의될 것이다. 기층 당대표들은 재정확대를 요구할 것이지만 악화한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배연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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