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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외화대출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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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외화대출도 비상

입력
2002.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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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가계대출 충격파에 이어 이번엔 외화대출 문제로 심한 홍역을 앓고 있다. 단기로 조달한 외화차입금을 기업들에 장기 저리로 빌려주는 등 은행마다 외화대출 마케팅에 경쟁적으로 매달린 결과 외화부문에서도 서서히 유동성 악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최근 전국 각 지점에 공문을 보내 외화 유동성 위기에 대비, 외화대출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외환은행은 공문에서 "외화자금의 급격한 유동성 악화로 인해 별도 통보시까지 한시적으로 외화대출의 선별취급이 불가피하다"며 "외화대출 증가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주요 외화대출상품의 금리를 상향조정하고, 대출한도도 본부와 협의를 통해 결정하라"고 통보했다.

외환은행은 또 "환리스크 관리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 등에 무분별하게 외화대출을 하면 차주(借主)뿐 아니라 은행도 환리스크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며 "향후 은행의 외화유동성을 감안해 대출 기준을 조정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14일부터 이 은행 주요 외화대출 상품의 최저 가산금리는 외화옵션부 대출이 종전보다 0.9%, 외화증서대출 1.5%, 외화회전대출은 0.5% 인상됐다.

우리, 기업, 신한, 조흥 등 다른 시중은행들 역시 최근 들어 외화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려왔기 때문에 조만간 외화 유동성관리가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들 은행은 특히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 부담을 은행이 떠안는 '옵션부대출'을 주로 취급, 유동성위기가 발생할 경우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계에 따르면 10월 현재 옵션방식으로 기업에 대출된 은행권 외화자금은 약 2조원대. 우리은행은 9월 16일 출시한 '통화전환 옵션부 외화대출' 이 한 달여 만에 6,500억원을 넘어섰고, 신한은행은 7월22일부터 판매한 '체인지업 외화대출'을 불과 3개월 만에 4,600억원 어치 팔았다. 기업은행도 9월 12일 출시한 옵션부상품을 최근까지 1,700억원 이상 판매했다.

은행 관계자는 "엔화나 달러화 등 외화대출 금리가 원화 대출보다 평균 3∼4%포인트 가량 싼데다 환리스크 부담도 적은 옵션상품이 많아 외화대출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세계경제 불안으로 환율이 급등락하거나 금리가 춤을 추면 은행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으므로 어느 정도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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