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된 문화재를 복원할 때는 되도록 손을 많이 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25일 경기도 박물관과 주한 프랑스대사관 공동주최로 열리는 '한·불 보존과학의 만남' 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프랑스 문화재 보존 전문가 미셸 므뉘(49)씨는 자국의 문화재 복원 원칙을 '최소 개입'이란 말로 설명했다. 물리학 박사인 그는 현재 프랑스 공공박물관 소장품 보존을 관장하는 박물관연합회 연구·복원센터(C2RMF)의 연구실장을 맡고 있다.
원래 석재가 30% 밖에 남아있지 않은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의 복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묻자 "우리라면 새 석재를 써서 복원하기 보다 더 이상 훼손되지 않게 하는데 주력하면서, 관람객이 탑의 원래구조와 예술적 가치를 알 수 있도록 복제 구조물을 세우거나 별도의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므뉘씨는 "매장 문화재는 발굴되는 순간 훼손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발굴 단계부터 보존 과학자들이 참여한다"면서 "C2RMF는 미술 물리 화학 지질 등 각 분야 전문가 160여명을 확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별도 기관 없이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극소수 박물관이 보존과학실을 두고 있는 정도인 우리와는 천양지차이다.
그는 "파리 생 드니 대성당 지하에서 발견된 5∼7세기 메로빙거 시대 장신구 원석이 당초 알려진 유럽산이 아니라 인도산임을 밝혀냄으로써 '암흑의 시대'로 불리는 중세에도 교역을 통한 문화교류가 활발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프랑스 고문서보존 과학센터의 베르트랑 라베드린느 관장, 수해 문화재 복원을 전문으로 하는 ARC-Nucleart의 자크 뒤센 관장도 참석해 프랑스 문화재 연구·복원의 전반적 실태를 소개한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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