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학교 담장 없애고 공원화… 주민에 개방 이후/校庭의 밤은 탈선의 온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학교 담장 없애고 공원화… 주민에 개방 이후/校庭의 밤은 탈선의 온상

입력
2002.10.25 00:00
0 0

서울 서초구 S중학교에 근무하는 여교사 전모(28)씨는 최근 차를 가지러 밤늦게 학교에 들렀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시동을 걸고 라이트를 켰더니 부둥켜 안은 남녀 한 쌍이 나타나 얼마나 놀랐는지…, 서둘러 차를 돌렸더니 다른 쪽에서도 누워있던 남녀가 나무 사이에서 벌떡 일어서지 뭐예요."서울시와 시교육청이 인근 주민들에게 학교를 공원화해 개방한다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학교 담장 없애기' 사업이 학교를 심야 무법지대로 만들어놓고 있다. 밤만 되면 학교 운동장이 아베크족과 청소년들의 놀이터가 돼 술 파티가 벌어지고, 각종 오물로 뒤덮이고 있다. 이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매일 아침 등교하자마자 운동장에 널브러진 술병과 담배꽁초 치우는 일에 동원되는 실정이다.

■밤만 되면 탈선의 온상이 되는 학교

서울 H중학교 김모(57) 교감은 다른 교사들 보다 30∼40분 일찍 출근한다. 행여 밤새 버려진 쓰레기 중에 학생들이 봐선 안될 것들이 있지 않을까 미리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김 교감은 "아침마다 교정을 둘러보면 술병과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것은 물론, 운동장 곳곳이 분뇨로 얼룩지고 오물냄새까지 진동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은 학교 담장이 없어진 대부분의 학교가 마찬가지. 이들 학교 학생들은 밤새 아베크족과 청소년, 주민들이 버려놓고 간 오물을 치우는 게 등교 이후의 일상사가 됐다. 특히 최근 들어 날씨가 추워지면서 심야족들이 운동장 이곳저곳에 불까지 피워대 자칫 대형화재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다.

학부모 정인경(41·여)씨는 "중학생 아들이 학교에 등교하자마자 담배꽁초를 줍고 술병을 치운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학교가 밤만 되면 청소년 탈선의 온상이 되는데 학생들이 오물을 치우면서 무슨 생각을 하겠느냐"며 개탄했다.

■행정당국은 "나 몰라라"

학교 담장 없애기와 공원화는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학교 콘크리트담을 헐고 나무를 심으면서 시작됐다. 올해까지 시내 159개 초·중·고교가 담장을 없애고 나무 울타리와 녹지 등을 조성, 이웃 주민들에게 학교를 개방했다. 하지만 관리대책이 없어 심야의 학교는 무방비나 마찬가지다. 현재 대부분의 서울지역 학교들은 전문경비업체에 야간 보안 업무를 맡겨놓고 있지만 경비원 1명이 담당하기엔 건물만도 빠듯하고, 인근 파출소의 순찰도 나무가 우거진 어두운 곳까지 살피기엔 역부족이다. 학교가 심야 무법행위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깨끗하게 관리해달라'는 협조 공고문을 내다 거는 게 고작이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