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달 4일 문 연 "다일천사병원"/"몸아픈 이는 모두 오세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달 4일 문 연 "다일천사병원"/"몸아픈 이는 모두 오세요"

입력
2002.10.25 00:00
0 0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병원 문턱을 밟아본 게 언제였는지…."빚에 쪼들리다 1년 전 집을 나온 A씨는 22일 난생 처음 떳떳하게 병원을 찾았다. "석 달 전부터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했다"는 그는 "일당 5만, 6만원 하는 막노동을 일주일 내내 해도 빚을 갚기 모자랄 판에 기껏해야 이삼 일밖에 일을 나가지 못해 끼니걱정부터 했는데 이젠 몸이 곧 나아질 것같아 다행이다"고 환하게 웃었다.

'밥퍼 목사' 최일도(崔一道·45) 목사가 이끄는 다일복지재단이 4일 개원한 다일천사병원(서울 동대문구 전농1동)이 행려병자나 독거노인, 외국인노동자 등 '빈자들의 등불'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매일 의료보험이 없거나 의료보호 혜택을 받을 수 없어 병원에 갈 수 없었던 가난한 이들 30여명씩이 이곳을 찾아 사랑의 인술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병원이 당초 계획대로 13개 진료과목을 개설하고 52개 입원 침상을 가동해 준(準)종합병원급으로서 모양새를 갖추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더 많은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친구 빚보증을 서줬다 길에 내몰린 노숙자 B씨도 건강보험에 가입하질 못해 맘놓고 병원에 가지 못하던 처지. B씨는 "꾸준히 약을 먹으면 나아질 거라니 열심히 일해 빨리 빚을 갚고 가족에게 돌아가야겠다"며 희망에 찬 표정으로 병원을 나섰다.

현재 이곳은 내과 외래만 가능한 실정이다. 이 병원의 유일한 상근의사 최영아(崔榮娥·32·내과전문의) 의무원장은 "99%가 내과 환자"라며 그나마 안도하고 있다. 환자 중 60∼70%는 노숙자인데 술병을 달고 살다시피 해 겉보기엔 말짱해도 속이 망가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 원장으로서는 내과 이외의 다른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보면 X레이 촬영 및 심전도, 혈액, 소변 검사 등 기본적인 건강검진을 해서 보내고는 있지만 마음이 미어지는 듯하다.

병원장 김혜경(金惠慶·47) 목사는 "자원봉사 진료를 하겠다고 나선 의사가 100여명에 이르지만 이들이 낼 수 있는 시간은 저녁뿐이어서 이대로는 저녁에만 문을 여는 반쪽짜리 병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상근 의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 병원은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 힘을 합쳐 이루어낸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이라며 "역시 힘없고 가난한 자들을 위한 안식처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