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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오늘의 스타는 내일의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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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오늘의 스타는 내일의 지도자

입력
2002.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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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울산)이 프로축구 무대에 복귀해 2경기 연속골을 뽑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스타는 역시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유상철은 일본 J리그를 떠난 뒤 마땅한 이적구단을 찾지 못해 한동안 방황했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무적선수로 전락했다며 마치 망가진 것처럼 여겼다. 하지만 프로세계에서 선수와 구단간 계약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이 깨지는 일은 드물지 않다. 중요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스타의 자존심을 지키며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는 의지와 지혜일 뿐이다. 유상철이 무적선수가 된 7월 이후 개인훈련을 등한시했다면 과연 3개월의 공백을 메울 수 있었을까. 경험으로 볼 때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국내 복귀전을 앞둔 황선홍(전남)도 마찬가지다. 10년 이상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군림해 온 황선홍은 나이에 연연치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듬직한 후배다.

두 선수는 각각 유럽과 미국 진출의 꿈을 접지 않고 있다. 이들이 외국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다. 서른을 넘긴 이들은 더 큰 물에서 뛰면서 선진축구를 배워야 한다는 미래의 지도자 입장에서 앞날을 대비하고 있다.

사실 나도 네덜란드에서 뛰면서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일기를 썼다. 그날의 훈련내용은 물론 새로운 전략 전술에 대한 나름의 평가와 팀 운영방식의 특이점 등을 꼼꼼히 기록했다. 홍명보(포항)도 국제적인 축구행정가와 지도자의 길을 걷기 위해 영어는 필수라고 판단, 미국행을 단념치 않고 있다.

태극마크를 오래 단 이들은 큰 대회를 치르는 동안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을 눈 여겨 살피며 나름의 축구철학을 쌓았다. 선수를 조련하는 과정과 팀워크를 다지는 선배 코칭스태프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노력했을 지도 모른다. 경험만큼 더 좋은 스승은 없다. 지금도 한국축구의 큰 자산인 이들의 쓰임새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면에서 이들의 지도자 수업은 이미 시작됐고 큰 뜻을 이룰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타는 물론 지도자도 진흙 속에 묻혀 있는 진주와 같다. 소중히 여기고 열심히 다듬지 않는다면 옥이 아니라 영원히 돌로 남을 수 있다. 거스 히딩크 이후 지도자 난을 겪고 있는 지금 모든 축구 관계자들이 곱씹어볼 문제다.

/전 대표팀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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