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 좌파 바람이 거세다. 브라질,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등은 좌파 정치인이 대통령 당선을 코 앞에 두고 있거나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이미 좌파 대통령이 집권 중이다. 좌파의 부상은 남미를 휘감고 있는 극심한 경제 위기와 맥을 같이 한다. 시장 개방 정책을 추진했던 우파 정권이 경제난과 극심한 빈부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이에 대한 반발이 좌파 지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좌파 확산
27일 브라질 대통령 선거 2차 결선투표에서는 노동자 출신 좌파 지도자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일명 룰라)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룰라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65%의 지지로 집권 연립여당인 사회민주당의 조제 세하 후보를 30% 포인트나 앞섰다. 당 안팎에서는 이미 정권 인수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룰라는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수 현 대통령이 제의한 정권이양팀 구성을 받아들였다. 그는 "정권을 넘겨받는 내년 1월까지 기다리지 않고 즉시 일을 시작하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20일 에콰도르 대선 1차 투표에서는 좌익 계열의 예비역 대령 루시오 구티에레스 후보가 선두를 차지했다. 구티에레스는 11월 24일 2차 투표에서 갑부인 알바로 노보아와 맞붙는다.
올해 초 볼리비아 대선에서는 농민 출신의 사회주의운동당 후보인 에보 모랄레스가 아깝게 낙선하기도 했다. 경제난 해결을 위해 대선을 내년 3월로 앞당긴 아르헨티나에서는 좌파 정당을 이끄는 루이스 사모라 의원이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우루과이에서도 내년 대선에서 처음으로 좌파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망과 배경
좌파의 상승세를 부채질 한 것은 우파 정권의 경제 실정에 대한 서민들의 반발이다.
좌파의 정치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이 경제위기가 가장 심각한 남미의 경제대국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라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는 "성장률 하락과 실업률 증가, 늘어나는 범죄 등이 남미에서 대의정치에 대한 신뢰를 잃게 했으며 따라서 남미의 좌파 선풍은 부패의 상징인 기성 정치인과 시장개혁 실패에 대한 거부감의 표출"이라고 분석했다.
부정부패로 물든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좌파의 깨끗한 이미지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경제난 해소를 위해 미국 및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남미 국가들로서는 좌파의 부상이 제한적일 가능성도 있다.
오랫동안 광범위한 지지를 얻어왔던 브라질의 룰라 후보가 4수 끝에야 대통령직을 눈 앞에 두게 됐다는 것은 좌파 정권의 탄생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를 잘 보여준다. 좌파 정치인들의 보호주의 정책이 중장기적으로는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한편 미국의 일부 우파 논평가들은 남미의 좌파 바람에 대해 "새로운 악의 축" 운운하며 "미국의 뒷마당이 붉은 색으로 물들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워싱턴 타임스 칼럼니스트 드로이 머독은 최근 칼럼에서 "브라질의 (잠재적인) 핵과 베네수엘라의 오일 달러, 쿠바의 파괴 성향이 결합된다면 미 정책결정자들은 몇 년간 편두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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