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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도청사회 "누명" 놔둘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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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도청사회 "누명" 놔둘건가

입력
2002.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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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현직 금융감독위원장과 대검 간부 간의 통화 도청내용을 공개한 이후 해당 기관들은 패닉상태에 빠진 듯한 분위기다.24일 대검 고위간부는 "국가기관에 대한 도청도 놀랍지만 이 사실이 이튿날 야당의원에게 넘어갔다는 것도 경악스럽다"며 "도대체 무슨 나라 꼴이 이 모양이냐"고 개탄했다. 금감위 관계자도 "직원들 모두 충격을 받고 극도로 위축돼 있다"고 전했다. 다른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한 부처 관계자는 "보이지 않는 귀가 사방에 열려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 일도 못할 정도"라며 "직원들이 감시 당하는 상황에 자조하면서 맥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도청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국가정보원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국정원은 감청관련 실무부서를 점검하느라 부산을 떤 뒤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답답한 건 정작 진실을 규명하려는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검찰과 금감위는 국정원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고, 국정원은 두 기관의 내부제보자를 통해 통화내용이 흘러나갔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검찰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면서도 "정 의원이 출처를 안 밝히면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발을 뺐다.

그러나 이 문제는 통상의 정치적 공방처럼 다룰 문제가 아니다. 관련자도 제한돼 있고 수사범위도 빤해 의지만 있다면 곧바로 진실에 닿을 수 있는 사안이다. 더구나 국정원 스스로 "누명 좀 벗겨달라"는 입장인 만큼 '국가정보기관을 검찰이 정식으로 수사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논란거리가 아니다.

도청 피해자는 해당 부처 공무원 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이다. 말 한마디 마음놓고 할 수 없는 사회에서 산다는 것처럼 끔찍한 일이 어디 있을까. 이번 사안의 규명은 크게 보면 국민들을 막연한 도청 공포에서부터 구해내는 일이다.

손석민 사회부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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