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주술사(呪術士)'로 불리는 중진 서양화가 홍정희(57)씨가 미국 뉴욕 한국유엔대표부 갤러리에서 처음으로 초대개인전을 연다. 홍씨는 11월 4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서 100호 이상의 대작 30여 점을 포함, 2001년 이후 제작한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이번 전시회는 30여년 간 색면추상, 표현추상의 외길로 화단 풍토에 흔들림 없이 자기세계 구축에 힘써온 작가가 또 하나의 매듭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 같다. 그가 직접 안료를 만들어 쓰는 붉은색, 분홍색은 그 특유의 색감 때문에 해외 화단의 평자들로부터 '홍정희 핑크(pink)'라는 용어로 불릴 정도이다. 그만큼 홍씨는 회화에서의 색에 의한 표현에 대한 탐구에 몰두해왔다.
"50대 중반을 지나면서부터 이제는 환경적 조건에서 초월해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어떤 힘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블루(푸른색) 계통의 작품에 힘을 쏟았습니다. 실컷 블루에 빠져보고 다시 내가 사랑하는 빨간색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그의 말처럼 최근 홍씨의 '열정' 연작은 이전과는 달리 푸른색의 사용이 돋보인다. 톱밥을 물감과 함께 섞어 사용함으로써 작품의 마티에르를 드러내는 방법은 이번 작품들에서도 확연하다. 유준상 서울시립미술관장의 평처럼 "마치 분출한 용암이 넘쳐흘러 지면을 온통 단일의 이미지로 뒤덮어버린 것 같이" 강렬한,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응어리를 그대로 화면에 옮겨놓은 듯한 색감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홍씨도 "속도감 있는 물감의 흐름과 충돌, 자연스런 융합이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우연적 흔적으로 순수하고 격조있는 추상미술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홍씨는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건대 풀브라이트 교환교수를 거쳤으며 국내외에서 18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1971년 국전 문공부장관상을 받고 한국일보사 주최 한국미술대상전 특별상(1976), 석주미술상(1996) 등을 수상했으며 대영박물관, 링컨국립도서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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