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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젊게, 보다 경쾌하게 모피

입력
2002.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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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애호가들에게는 슬픈 뉴스가 되겠지만 올 가을겨울 모피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워낙 고가여서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모피패션이 한결 경쾌하고 젊어지면서 트렌드의 중심권으로 진입하고 있다.지난 봄 2002 SFAA 추동컬렉션에서 다채로운 모피패션을 선보여 주목받은 디자이너 루비나씨는 "모피는 세계 패션계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럭셔리 스포티즘, 즉 고급스러운 캐주얼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소재로 지난해부터 패션리더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며 "이제 트렌드와는 상관없는 상류층 부인들의 겨울코트라는 식으로 모피패션을 정의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선언했다.

올해 모피패션의 두드러진 특징은 모피와 가죽, 모피와 니트, 모피와 데님 등 이질적인 소재들과 한데 어울려 사용하거나 여러 종류의 모피를 섞어 쓰는 콤비네이션 형태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캐주얼브랜드 'GV2' 디자인실 김상연 실장은 "로맨틱 히피이즘의 영향으로 모피패션도 정장스타일의 반코트나 롱코트 대신 치렁치렁한 느낌으로 여러 종류의 모피를 이어붙이고 색상도 다채롭게 구성하는 등 젊고 화려해졌다"고 말했다. 콤비네이션 형태의 증가는 비교적 싼 다른 소재나 자투리 모피를 이용할 수 있어서 제품단가를 낮춰 모피패션을 대중화하는데도 한 몫을 한다.

스타일은 종아리를 반쯤 덮는 전형적인 롱코트나 무릎길이의 반코트류가 쇠퇴하는 대신 스포티한 블루종(등과 소매 부분을 불룩하게 만든 점퍼)이나 짧은 재킷, 조끼, 볼레로(허리선보다 길이가 짧은 재킷)가 트렌드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블루종이나 재킷류는 몸판의 앞부분만 모피로 장식해 젊고 활동적인 멋을 살린 것들이 인기다.

모피패션은 비교적 고가의 상품이라 한동안은 인조모피가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올해는 유난히 천연모피 바람이 거세다. 품질 좋은 상품에는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보보스족의 소비행태가 자연소재 사용을 강조하는 패션계의 내추럴리즘과 맞닿은 결과. 모피 브랜드 'FURY'의 이유형 디자인실장은 "모피는 한번 사면 대를 물려 입는다고 할만큼 내구성이 강한 상품이라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천연모피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고 청년층에서도 실속파 패션리더형 일수록 천연모피의 가치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털 자체의 탄력과 광택이 뛰어나고 감촉이 좋아 인기높은 밍크나 밍크보다 털이 세배 정도 길고 내구성이 강한 담비 털이 고가의 디자이너브랜드에서 애용하는 소재. 반면 값이 싸면서 다양한 염색이 가능해 사랑스러운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는 토끼털은 내셔널브랜드에서 많이 사용한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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