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부터 분리 독립을 요구하며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는 체첸 반군 게릴라들이 23일 저녁(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뮤지컬 극장에 침입, 최소한 700명 이상의 관객을 인질로 잡고 러시아군의 체첸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4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체첸 반군들은 이날 오후 9시5분께 인기 뮤지컬 '노르드-오스트(북-동)'가 공연 중인 모스크바 남쪽 멜니코바 거리의 문화센터 극장에 기관총을 난사하며 진입했다. ★관련기사 3면
이들은 건물에 다량의 폭발물을 설치하고 "러시아가 7일 내에 체첸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시간당 10명씩 인질을 살해하고 극장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했다.
24일 반군과 협상에 나선 러시아 당국은 이날 인질 1명(여성)이 사살됐다고 보도해 반군들이 인질 처형을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또 이날 새벽 첩보 수집차 극장 진입을 시도하던 연방보안국(FSB) 소속 여자 요원 1명과 경찰 1명이 반군에 의해 사살됐고 극장 내외부에서 수 차례 강력한 폭발도 일어났다.
반군은 진입 직후 수십 명의 그루지야 출신 관객과 이슬람 교도를 풀어준 뒤 24일 수 차례에 걸쳐 어린이와 임신부, 외국인 인질 등 150여명을 추가로 석방했으나 아직도 극장 내부에는 미국, 영국, 독일인 등 30∼60여명의 외국인을 포함해 최소한 700명 이상이 억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 역사상 최악의 인질극이 벌어지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예정됐던 독일, 포르투갈 방문과 26일 멕시코 아태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취소하고 반군과의 협상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사태 해결의 최우선 목표는 인질의 안전 보장"이라며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사태해결을 위한 지원의사를 표시했다. 주러 한국대사관은 한국인 인질은 없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외신=종합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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