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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극장 인질극/체첸반군 "경찰진입땐 인질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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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극장 인질극/체첸반군 "경찰진입땐 인질살해"

입력
2002.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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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체첸 반군 게릴라들에 의한 문화센터 극장 관객 인질 사태는 범인들이 러시아가 수용하기 어려운 러시아군의 체첸 철수를 요구하고 있는데다 억류된 인질 수가 많아 단기간 내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진입 순간

마스크를 쓴 위장복 차림의 반군들은 23일 오후 9시 5분(이하 현지시간)께 뮤지컬 2막이 시작되던 극장에 지프 차량을 타고 도착, 공중에 기관총을 난사하며 진입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스메르트니키"(대의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전사란 뜻의 러시아어)로 부르며 자동화기와 수류탄은 물론 다량의 폭발물로 무장하고 있다. 인질범 가운데는 차도르를 두른 20여 명의 여성도 있었다. 반군측은 이들이 체첸 전에서 숨진 체첸 전사들의 아내라고 주장했으나 친러시아계 체첸 정부는 "인질범 대부분은 체첸 반군이 아닌 용병들"이라고 주장했다. 옛 소련 시절 공장지대 문화 공연장이었던 문화센터 극장은 1,163석 규모로 이날 공연에는 711장의 표가 판매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상황

인질들 일부는 휴대폰을 통해 외부로 상황을 전하고 있다. 인질들에 따르면 반군 진입 과정에서 충돌로 극장 바닥에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으며 이미 복도와 좌석 등 극장 곳곳에 폭발물이 설치됐다. 반군은 체첸측 인터넷방송(www.kavkaz.org)을 통해 "경찰이 진압을 시도할 경우 극장 안의 1,000여 인질들은 한 명도 살아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질범들은 24일 극장 밖을 향해 휴대용 로켓미사일 2발을 발사했으나 피해 여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극장 내부에 최다 27개 국적의 외국인 75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군은 인질 국적의 각국 대사들과 국제 적십자사, 국경없는 의사회(MSF) 대표와의 접촉을 요구하는 한편, 인질을 위한 외국인 의사의 지원을 요구했다.

■협상과 대치

사건 초기 친러시아계 체첸 출신 국가두마(하원) 의원을 통해 협상을 시도하던 러시아는 반군이 접촉을 거부하자 24일 오후 이오시프 코브존 의원과 국제 적십자사 대표 등을 협상단으로 정했다. 1차 협상단 방문 직후 반군은 영국인 1명을 포함한 5명을 추가로 석방했다. 1차 협상에서 반군들은 "우리와 전쟁을 하지않고 있는 나라 시민들은 인질로 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더 이상의 인질석방은 거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사태를 "세계 최악의 인질극"이라며 "국제 테러조직이 연관돼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평화적 해결을 다짐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고위당국자는 "인질범들을 안전하게 제3국으로 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체첸의 전설, 바라예프가(家)

이번 인질극은 체첸 반군의 전설적 지도자였던 아르비 바라예프의 조카인 모프사르 바라예프가 직접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러시아군에 의해 사살된 아르비 바라예프는 98년 알 카에다로부터 서방인 인질 살해 제의를 받고 영국인 3명과 뉴질랜드 기자를 납치 살해하는 등 수많은 테러를 주도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체첸과 러시아

체첸 반군과 러시아군의 충돌은 1991년 11월 당시 조하르 두다예프 체첸공화국 대통령이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정부에 대해 자치독립을 선포하면서 본격화했다. 사태를 주시하던 옐친 대통령이 94년 두다예프를 축출하기 위한 대대적인 반군 소탕 작전에 돌입했으나 1차 체첸전은 96년 8월 러시아의 치욕적인 패배로 끝났다.

97년 1월 주민투표로 대통령에 당선된 아슬란 마스하도프가 중심이 된 체첸 협상단은 러시아군 퇴각 직후 전쟁 종식과 러시아의 완전 철군을 골자로 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1차 체첸전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던 분쟁은 99년 10월 1일 당시 러시아 총리였던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 등지에서 잇달아 발생한 폭탄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대규모 공세를 취하면서 재점화, 양측에서 수 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치열한 전투를 지금까지 계속해 왔다. 러시아는 2000년 말 아흐마드 카디로프를 임시 체첸 행정부 수반으로 하는 친 러시아 정권을 수립했다.

러시아 남부 코카서스 산맥 북부에 위치한 체첸 공화국은 벨기에와 비슷한 면적에 석유자원이 풍부한 이슬람 국가다. 인구는 120만 명 정도이나 전쟁의 포화를 피해 떠난 인구도 수십만 명에 이른다. 체첸전에서만 3만여 명이 희생됐다. 체첸 반군은 극렬하고 잔인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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