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대회가 끝난 직후 국내 10∼2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소위 '이천수 펜던트'라고 하는 액세서리가 유행했다. 국가대표인 이천수가 교체 멤버로 나오다 심판의 제지를 받고 목에 걸었던 펜던트를 푸는 장면이 TV로 방영되면서 올 여름 주얼리 업계에선 이천수 펜던트가 한 때 품귀 현상을 빚었다. 이제 개성과 자기 연출을 중시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패션 주얼리는 자기 표현의 필수품이 되고 있다10여년 전만 해도 금, 다이아몬드로 대표되는 귀금속은 결혼, 약혼, 환갑, 돌잔지 같은 집안 경사가 있을 때에만 구입하는 고가 예물로 인식됐었다. 하지만 1990년대초 은과 14K, 18K 도금처리 제품에 큐빅(인조 보석) 세팅을 한 값싸고 실용적인 패션 주얼리가 등장하면서 국내 주얼리 시장에는 일대 변혁이 찾아왔다. 패션 주얼리는 가격대가 귀금속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한 반면, 디자인은 오히려 기존 귀금속보다 훨씬 다양해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의 취향에 꼭 들어 맞는다.
귀금속 업계에서는 패션 주얼리의 등장으로 그간 제자리걸음을 걸었던 국내 보석 시장의 디자인 개발이 활성화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패션 주얼리의 생명은 디자인과 실용성이다. 패션 주얼리는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게 3∼6개월의 주기에 따라 신제품이 출시되는 점이 특징이다. 각 세대와 성별, 계층, 가격, 용도 등의 따른 다양한 제품들이 수시로 선보이는 것.
최근 중고생들 사이에서는 '우정 반지'와 '핸드폰 고리'가 유행이다. 이 반지는 개당 가격이 1만∼2만원에 불과해 중고생들은 물론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친한 친구에게 주는 선물용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20대 초반의 여성들 사이에서는 요즘 5만원대의 '애교 반지'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이 반지는 약지가 아닌 새끼 손가락에 끼는 것으로 '나는 아직 싱글'이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징표 역할을 한다. 이밖에 '100일 반지', '향기 반지', '화이트 데이 반지', '수능 반지', '실버 반지' 등 각종 이벤트성 제품들이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패션 주얼리가 기존 귀금속과 다른 점은 싫증이 나면 보상 판매를 통해 수시로 디자인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자사 브랜드를 가진 패션 주얼리사들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구 모델을 현시가와 같은 수준으로 쳐 신제품으로 교환해 준다. 유행과 변화에 민감한 신세대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이처럼 패션 주얼리는 '한번 사면 평생 간직하는' 귀금속에 대한 고정 관념을 완전히 뒤바꿔 버렸다.
국내 패션 주얼리 시장은 매년 성장을 거듭해 올해는 연간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백화점이 5,25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프랜차이즈 업체 4,800억원, 할인점 1,950억원, 홈쇼핑 1,500억원, 대형쇼핑몰 900억원, 인터넷 및 통신판매 600억원 등으로 나눠져 있다.
최근 들어 일부 부유층 자녀들을 중심으로 고가의 패션 주얼리가 급속히 유행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명품 패션 주얼리가 바로 그것이다.
요즘 백화점 명품 코너나 강남구 청담동 명품점에서는 수입 명품 액세서리를 사는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에 가장 유행하는 것은 개당 100만원 하는 '불가리 100일 반지'와 300만원대의 쇼메 목걸이, 페라가모 남성용 액세서리 등이다. 티파니 제품은 수천만원까지 호가한다.
이밖에 또 20만∼50만원대의 끌리오 블루나 아가타 목걸이, 그리고 10만∼30만원대의 크리스탈 제품인 스왈로브스키 제품 같은 중급 수입 액세서리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제품은 이탈리아나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가 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제품의 10배나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골드필(주)의 배수정 상품본부장은 "최근 국내 패션 주얼리가 세련되고 고급화 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남성용의 판매 비중이 30%에 육박하는 등 패션 주얼리가 남녀 노소를 가리지 않는 필수품으로 인식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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