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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전략 후회-만족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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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전략 후회-만족 가른다

입력
200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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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동창인 김소정(33)씨와 정다혜(34·이상 가명)씨는 지난 주 김치 냉장고를 사고 나서 기분이 무척 상했다. 남편이 의사인 김씨는 모TV홈쇼핑 방송에서 최신형이라는 A사 김치냉장고를 10만원 상당의 사은품까지 덤으로 받으며 138만원에 구입했다. 반면 맞벌이를 하는 정씨는 모 백화점에서 김씨가 산 A사 제품과 디자인만 조금 다른 최신형을 145만8,000원에 샀다. 김씨는 최고급형이라고 산 제품이 백화점에서는 이미 단종된 구형이라는 사실을 알고 실망했고, 정씨는 비슷한 제품을 김씨보다 비싸게 샀다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두 사람 모두 자신의 기호와 여건이 맞지 않는 곳에서 제품을 샀기 때문이다.백화점, 할인점, TV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 국내 각 유통업계간의 차별화, 전문화가 가속화하면서 소비자들에게도 보다 합리적인 쇼핑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같은 규격화된 공산품은 백화점이나 할인점, 홈쇼핑, 양판점 어디서 사든 모델 명만 같으면 똑같은 제품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가 않다. 최근 각 유통업계의 차별화 전략, 그리고 제조사들의 마케팅 기법이 다양해 지면서 같은 제품에서도 가격과 디자인에서 미세한 차이가 난다.

만도공조(주)는 3년여 전부터 김치 냉장고 '위니아 딤채'를 가격, 기능, 색상 등을 달리해 7∼8개 종류로 세분화해 유통업체별로 따로 공급하고 있다. 최신형 182㏄(모델명 DD-C1825) 김치냉장고의 경우 백화점이나 방판용으로 나가는 최고급형인 RD, 직영 대리점에 나가는 AD, 할인점이나 전자랜드용인 OD, 하이마트용인 MDH, 일반 유통업체용인 SD와 GD, 군납용인 DD 등 다양한 종류로 출고된다. 백화점 전용 모델이 일반형에 대해 7∼8% 가량 높은 가격으로 출고돼 가장 비싸고, 군납용이 가장 저렴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각 유통업체마다 출고 가격 낮추려고 하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고,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모델을 세분화하고 있다"며 "사실 제품 성능이 모두 똑같아 할인점이나 홈쇼핑에서 파는 모델만으로도 사용하기에 충분하지만 유통업계별 차별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8월 선보인 프리미엄급 가전 브랜드인 '하우젠'은 할인점과 홈쇼핑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에만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LG전자의 프리미엄급 세탁기인 '트롬'도 마찬가지. 최고급 브랜드라는 차별적 이미지를 가져 가겠다는 마케팅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일부 고급 가전 제품의 경우 할인점이나 TV홈쇼핑, 인터넷 홈쇼핑, 카탈로그 쇼핑 회사에서 백화점과 같은 모델을 팔기도 한다. 물론 가격은 백화점보다 평균 5∼10% 가량 저렴하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최신형 제품은 보기 힘들고, 대개 단종이 가까워진 제품들이다.

유통 전문가들은 "경제적 여유가 있어 최신형, 최고급형을 원하는 소비자는 백화점을, 값싸게 실용적인 제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알뜰 소비자는 제품 종류에 따라 할인점이나 TV홈쇼핑, 전문 양판점, 인터넷 홈쇼핑, 카탈로그 쇼핑 등을 이용하는 게 현명한 구매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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