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5년 동안 도망다니며 공소시효를 넘긴 피의자의 궐석 면소판결 요구에 이례적으로 "본인이 직접 출석해 반성하기 전에는 안된다"고 거부했다.1987년 재미사업가로 행세하며 교제하던 여성들로부터 수억원의 사업자금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보석기간에 잠적한 김모(60)씨는 최근 변호인을 통해 서울지법 형사23부(김용헌·金庸憲 부장판사)에 "건강이 좋지 않다"며 진단서와 함께 궐석재판을 통한 면소판결을 요구했다.
통상 공소시효를 넘긴 장기미제사건 피의자에게는 면소판결이 내려지고 궐석재판도 가능한 관행을 의식한 것. 김씨는 그동안 프랑스 등 외국을 떠돌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가 재판에 직접 출석하기 전까지는 면소판결을 내리지 않겠다"며 내년 3월까지 재판에 출두하도록 변호인에게 주문했다.
재판부 관계자는 "죄를 짓고 도망간 사람이 한마디 반성도 없이 처벌을 면할 경우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법적으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유효한 만큼 짧은 기간이라도 구속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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