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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시설 이분화… 만만치않은 비용… 독립된 법안 없어/흔들리는 유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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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시설 이분화… 만만치않은 비용… 독립된 법안 없어/흔들리는 유아교육

입력
200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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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회사원 유모(35·여·서울 강서구 화곡동)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5세 아들 생각만 하면 잠이 오질 않는다. 양육 때문이다. 아이는 사설유치원 오전반을 마친 뒤 유씨가 퇴근하는 오후 7시까지 6∼7시간 이상을 외할머니집에서 보낸다. 유씨는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종일반 유아시설이 주위에 한곳도 없다"고 불평을 터뜨렸다. 주위에서 '조기유학'이니 '교육이민' 같은 말을 들으면 괜히 초라해지기까지 한다.만 3∼5세 대상의 유아교육이 뿌리째 흔들리고있다. 유아시설은 널려있지만 유치원과 어린이집 및 놀이방 등 보육시설로 양분돼 선택에 혼란을 겪기 십상인데다, 대동소이한 프로그램으로 부모들의 불만이 쌓이고있다. 만만치 않은 교육비도 부담이다. 유아교육 대상 아동이 전국적으로 200만명이 넘는데도 독립된 법안 조차 없다.

■'어느 곳에 보내야 하나요'

10월 현재 국내 국·공립, 사립 유치원수는 8,300여곳. 이 중 사립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4,089개이지만 원생수는 전체의 78%나 된다. 만 3∼5세를 대상으로 오전 반일제(3∼5시간)를 원칙으로 하되 8시간 이상 종일제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어린이집 놀이방 등 보육시설은 2만97개로, 이 가운데 사립 1만8,791개에서 전체 보육아의 86%를 수용한다. 어린이집은 0∼5세를 12시간동안 종일제로 보호하고 교육비도 유치원보다 다소 저렴해 맞벌이나 저소득층이 많이 이용한다.

문제는 유아교육 기관의 이분화가 낳는 부작용이다. 어린이집이 '탁아'라는 본래 기능에 교육을 얹어 '보육' 개념을 도입했고, 유치원은 탁아기능을 얹은 종일반을 도입하는 바람에 부모들이 두 시설 차이를 구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유아시설에서는 교육프로그램 등 질의 개선보다는 원아 유치경쟁에 매달리고있어 부모들의 혼란과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4세딸을 유치원에 보내고있는 주부 정모(32·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씨는 "마음에 드는 유아시설이 없고 프로그램도 신뢰하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과도한 교육비에 위화감까지

양분된 유아시설과 검증되지 않은 프로그램 내용에도 불구, 맞벌이 부부 등 상당수 부모들은 아이들을 맡겨야 하는게 현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교육비는 부모들을 다시 움츠리게 만든다. 다섯살 아들을 둔 최모(34·여·경기 수원시 장안동)씨는 "수업료로만 월 12만원이 나가고 비품 구입비 등 각종 잡비 등을 감안하면 월 20만원은 족히 지출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유아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도시지역 기준 월 20만원 정도. 수업료외에 잡비, 각종 활동비 등을 모두 합친 액수다. 하지만 서울 강남의 고급 사립유치원은 월 교육비가 30만원이 넘는 등 지역에 따라 금액 차이가 매우 커 계층간 위화감이 커지고 있다.

■해법은 '유치원 공교육'?

전문가들은 겉도는 유아교육의 해결책으로 유치원 공교육화를 제시하고있다. 공교육의 핵심은 초등학교 취학전 모든 유아들이 최소한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비를 지원하고 정부는 유아교육 기관에서 소요되는 경비의 일정부분만을 지원하되 교육과정 교사자격 시설 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며 관리 및 감독을 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한경자(韓京子) 회장은 "유아 보호와 교육을 통합해 가는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할 때 유치원이 초중등교육법에 편입돼 있는 것은 맞지 않다"며 "공교육을 위한 유아교육법이 반드시 제정돼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치원 공교육은 유아시설 일원화를 전제로 하고있어 교육부(유치원)와 복지부(보육시설) 양 부처 합의여부가 최대 걸림돌. 교육부는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전환해 공교육화하고 보육시설도 유아학교로 전환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복지부는 "두 기관을 합치면 유아학교는 반일제가 되고 방학 때는 아이들을 맡아줄 수 없어 학부모들에게 불편만 준다"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유아교육법" 10개월째 표류

독립된 유아교육관련 법안 제정은 거스르기 힘든 대세. 지난해 12월 초 이재정(李在禎) 의원 등 여·야당 의원 52명의 집단 발의로 '유아교육법' 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10개월째 입법화가 이루어지지 않고있다. 관련 부처 및 이해단체의 의견수렴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현재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공청회를 앞두고 있어 '국회의 의지'가 금년 중 입법 가능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발의된 유아교육법의 골자는 유아교육 공교육 체제 구축이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초등학교 취학 직전의 만 5세 유아가 1년 동안 무상으로 유치원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돼 학부모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사립유치원에는 경비를 보조하도록 했으며, 유치원을 종일제, 시간연장제 등으로 운영이 가능토록 했다. 여성의 사회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이다.

또 유아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프로그램 및 교재 개발, 유치원 교원 연수 등의 업무를 담당할 유아교육진흥원을 설치하고, 유치원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교원 및 학부모 대표, 지역인사로 구성하는 운영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아쉬운 대목도 물론 있다. 유치원은 교육부, 보육시설은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는 이원화 체제를 그대로 인정함으로써 시설의 난립, 예산 낭비와 중복투자 등의 문제들은 여전히 숙제로 남게됐다.

전문가들은 유아교육법이 부분적으로 허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루 속히 제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화여대 이기숙(李基淑·유아교육) 교수는 "시장 논리에만 맡겨져 파행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유아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유아교육법이 서둘러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유아교육법안 주요 내용

취학전 만5세 어린이 1년간 무상 유치원 교육

사립유치원 경비보조

유치원, 종일제 시간연장제 운영

유아교육진흥원 설치

■ 주요 OECD國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유아교육정책은 그 구체적 내용은 각각 다르지만 국가의 역할이 부모 보다도 훨씬 크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OECD 주요 국가별 유아교육 제도를 살펴본다.

미국

유아교육시설이 3∼4세를 대상으로 하는 유아원과 5세를 대상으로 한 유치원으로 나뉘어져 있다. 교육비는 유아원의 경우 지방정부와 부모가 교육비를 분담하고, 유치원은 정부가 전액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특히 대도시 빈민가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헤드 스타트(Head Start)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벌여 빈곤의 세습을 막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

생후 3개월이 넘으면 정부에서 일정부분 보육을 지원한다. 그 대표적 보육시설이 '크레슈'. 맞벌이부부의 생후3개월부터 3세 미만 유아를 맡아주는데, 맞벌이부부 자녀 110만명 중 30만명 이상을 보육하고 있다. 3∼5세는 100% 정부가 지원하는 유치원에 다닌다. 이 같은 국가차원의 보육 덕택에 프랑스 여성의 80%가 직장에 다니고 있다.

영국

전통적으로 육아는 가정의 책임이라는 의식이 강한 나라이지만 1998년 노동당이 집권한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교육기술부가 보육과 유아교육 정책을 주도하면서, 98년말 4세 아동 전원에 대한 유치원 무상서비스를 정착시켰고, 현재는 2004년을 목표로 3세 아동까지 이를 확대하는 중이다.

이밖에 육아시설을 교육부가 관리하는 스웨덴의 경우 87%가 국공립이며, 나머지도 대부분 비영리기관이다. 이에 따라 부모가 부담하는 육아비는 20% 미만이다. 호주는 우리와 비슷하게 유아학교와 보육시설이 구분돼 있으나, 관리주체는 복지부로 일원화 돼 있다. 설립주체도 정부와 민간 비영리단체가 70% 가량을 차지한다.

일본

보육시설과 유치원으로 나눠지고 후생성과 문부성이 각각 관리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가장 비슷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보육시설의 약 60%가 공영이고, 나머지 민간시설 중 90% 가량이 비영리 법인이라는 점에서 우리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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