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시작한 '휴대폰 금융서비스' 이용자가 10개월만에 300만명을 돌파, 경제활동 인구의 13%에 달하는 등 통신업계의 금융영역 잠식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김정태(金正泰) 국민은행장이 "앞으로 은행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통신업체가 될 것이며, 통신·금융의 급속한 융합과 관련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히는 등 통신업체와 기존 금융업계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통신의 금융대공습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F 등이 휴대폰만으로 신문·우유대금 등 소액결제는 물론 최고 100만원까지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연초 1만명에도 미치지 못했던 휴대폰 금융서비스 이용자가 10월 17일 현재 300만명(SK텔레콤 200만명·KTF 100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이 추계한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2,260만명)를 감안하면 휴대폰 금융서비스 보급율이 13.2%에 달하는 것이다.
'휴대폰 금융'의 급속한 보급에서 알 수 있듯이 어지간한 금융업무는 휴대폰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SK텔레콤 고객은 '네모서비스'를 통해 계좌조회는 물론 소액결제, 송금서비스 등을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또 9월부터는 신문값, 우유대금 등 매월 일정액을 내는 요금지불대행 서비스도 개시하는 등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 네모 회원의 경우 우리, 조흥, 제일, 외환, 하나, 한미, 경남, 대구은행 등 8개 시중은행 계좌를 갖고 있으면 이용할 수 있으며 016이나 018, 019 등 다른 통신업체 가입자도 이용이 가능하다. 이들 8개 은행의 계좌를 가진 고객은 은행에 갈 필요 없이 휴대전화의 NATE에 접속한 뒤 '②증권/복권/금융 a ④휴대폰송금 NEMO 선택' 후 가입하면 된다.
KTF도 휴대폰을 이용한 'K-머스' 서비스로 각종 계좌조회, 자금이체, 카드이체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이나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 패밀리 레스토랑 토니로마스 등에서는 휴대폰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또 멀티팩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휴대폰으로는 기업은행의 현금지급기를 통해 휴대폰만으로 하루 100만원까지의 현금을 찾을 수 있다.
■통신·금융 융합은 대세
전문가들은 금융과 통신의 융합은 기술발전에 따른 자연스런 흐름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연구원 강임호 박사는 "정부가 최근 '전자금융거래법'을 제정한 것은 통신회사의 금융서비스를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부가가치가 낮은 업무는 사람 대신 컴퓨터 등 자동화기기가 맡아가는 현실을 감안하면, 소액결제나 송금 같은 업무는 소비자 접근 가능성이 높은 통신회사에서 담당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북은행 신용카드 사업부를 인수한 SK텔레콤이 카드업무 인가를 받을 경우에는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은행이나 신용카드 등 기존 금융업체 일부에서는 "휴대폰은 금융 매개체에 불과할 뿐"이라며 통신회사의 금융서비스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고객 신용도나 연체율 등에 대한 정교한 자료가 축적되지 않은 통신회사의 금융서비스는 한계가 있으며, 신용대출 등 본격적인 금융업을 영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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