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퍼(저격수)가 이달 초부터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주 교외에서 사람들을 저격하기 시작하고, 롱아일랜드에서는 모방범죄로 보이는 저격 사건이 뒤따랐을 때 나는 이런 사건들이 더 일찍 발생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의아했다.지난 3년간 나는 뉴욕시에 거주하는 코소보계 알바니아인 이민집단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조사를 해왔다. 책 내용은 이 집단이 발칸반도의 게릴라군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자금을 모으고, 고성능 소총을 구입해 미국에서 발칸반도로 수송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지난해 나는 코소보해방군(KLA)을 위한 핵심 모금자 한 사람과 함께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총기박람회에 갔다. 박람회장 진열대에는 AK-47, M-16 소총과 저격용 소총, 권총, 각종 탄환, 전미총기협회(NRA) 안내책자, 소음기, 야시경, 칼, 심지어 대공용 총까지 각종 무기로 가득했다.
가장 인상적인 총은 0.5 구경 고성능 베레타 저격용 소총이었다. 그는 철갑 관통, 예광, 발화 기능을 갖춰 헬기도 격추할 수 있는 0.5 구경 탄환도 구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값은 약 5,000달러였다.
판매인은 총을 사려면 '즉각 검사'를 위해 운전면허증만 제시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판매자의 신원조사 의무를 지키기 위한 즉각 검사는 1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범죄기록이 없고 무허가 총기 소유를 금하는 뉴욕에 거주하지만 않으면 바로 총을 살 수 있다고 했다. 뉴욕에 살지만 운전면허증은 캘리포니아주에서 발급받았다고 하자 그는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그날 KLA 조직원은 몇 정의 다른 총과 함께 저격용 소총 한 정을 샀다. 이들 무기는 즉각 코소보와 마케도니아로 수송됐다. 이것은 고의는 아니라 하더라도 미국 총기법이 해외의 분쟁에 기름을 붓고 있는 또 다른 예다.
펜실베이니아 총기박람회를 둘러본 그날 이후 나는 이들 고성능 저격용 소총을 다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 궁금했다. 뉴욕시경 수사·보안 국장이었던 리처드 디틀은 열두 살 난 아들에게 저격용 총으로 180m 정도 떨어져 있는 사람 형태 속의 표적을 맞출 수 있도록 가르치는 데 한나절이면 된다고 말했다.
알 카에다 같은 테러조직이 총기박람회에서 무기를 간단히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총기 규제 옹호 단체인 폭력정책센터에 의하면 미국에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조직원들은 1980년대 말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과 싸우기 위해 25정의 고성능 저격용 소총을 구입했다. 그 총들이 미국에서 우리를 대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막을 방법은 무엇일까.
워싱턴 일대를 휘젓고 다니는 스나이퍼가 외국 테러분자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의 총기법이 테러분자들이 미국에서 민간인을 공격하기 위해 총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이다.
총기 규제 옹호론자들은 총열 강선을 지문처럼 기록해두는 '탄도 영상화 시스템' 개발을 촉구해 왔다. 이 시스템은 사법당국이 발사된 실탄을 조사함으로써 이 실탄을 쏜 총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첨단기술 시스템은 저격자가 해당 총기를 사용하기 석 달 이전에 구입했다면 범인색출에 무용지물이 될 것 같다.
연방법은 총기구입자들에 대한 신원조사 기간을 총기 구입 90일 이전까지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존 애쉬크로프트 법무장관은 이 기간을 하루로 단축하자고 제안했다.
스나이퍼의 0.223 구경 소총을 추적하고 그 소총을 산 사람의 신상기록을 조사하는 것은 경찰 수사에 더없이 중요하다. 이 두 가지 조치가 없다면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스테이시 설리번 미국 국제분쟁 전문 저널리스트/NYT 신디케이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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