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는 안 마시지만 먹을 건 챙겨 먹는다."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소비심리도 위축되면서 내수 소비주 사이에서 주가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물론 소비침체로 대부분의 내수 업종이 타격을 받고 백화점·홈쇼핑 등 유통·소매주와 카드주들은 직격탄을 맞았지만, 최근 국내 소비 둔화는 업종과 품목별로 그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전형적인 내구재 제품인 가전과 자동차, 맥주 소주 등 술 소비는 줄어든 반면, 할인점과 비내구재인 식품과 레저용 패션, 휴대폰 등 통신서비스 부문은 소비심리 둔화에도 아랑곳 않고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술·가전업체 주가 고전
소비심리 둔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술 판매는 6월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다. 고급 주류인 위스키와 와인 소비는 다소 늘었지만 소주와 맥주 약주 소비는 눈에 띄게 줄었다. 맥주 판매량은 성수기인 3분기에는 지난해 보다 오히려 2.5% 줄었다. 이 때문에 하이트맥주 주가는 거품이 빠지면서 최근 연중 최저치까지 하락했으며 국순당도 수익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주가가 올 6월보다 50%가까이 폭락했다.
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등 가전제품 매출도 줄어 삼성전자 가전부문은 3분기 적자로 돌아섰고 LG전자도 에어컨 등의 판매 부진으로 3분기 가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5% 하락했다. 이에 따라 동원증권 정성호 연구원은 23일 LG전자의 올해와 내년 실적 전망을 13.6∼25.6%까지 하향조정하고 목표주가도 낮췄다.
■식품·패션·통신 선전
소비 둔화에도 불구하고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생식품과 자연식품 등의 판매는 꾸준히 늘고, 주5일근무제 확산으로 골프의류와 레저용 패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컬러폰과 카메라폰 등으로 교체되고 있는 휴대폰 판매와 통신서비스와 관련한 지출은 감소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생식품업체인 풀무원의 매출은 소비가 둔화한 3분기에도 두부 콩나물 된장 등의 팬매 호조로 2분기보다 8.8% 증가했다. 이 때문에 풀무원 주가는 최근 침체장에서도 3만6,000원선을 유지하며 탄탄한 흐름을 보이고있다. 패션업체인 FnC코오롱도 9월 잭니클라우스와 엘로드 등 골프의류 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 늘어나는 등 레저 의류 판매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 힘입어 9월 이후 주가가 오히려 30% 급등했다.
■소비 다원화가 주가 차별화
전문가들은 생활양식 변화와 건강·개성·감성을 중요시하는 소비패턴이 소비주의 차별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소비자들은 알뜰하고 실용적이면서도 최대의 만족과 쾌락을 추구하는 감각적 소비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소비시장을 둘러싼 기업들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성권 연구원은 "내구재의 소비둔화는 두드러지지만, 식품 등 비내구재의 소비는 과거처럼 급랭하지 않고 있다"며 "정책과 외부 경기 요인으로 촉발된 소비 둔화가 내년 2분기에는 다시 살아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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