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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채용 고급인력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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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채용 고급인력 "딜레마"

입력
200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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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대졸 신입 사원 모집에 몰리는 고급 두뇌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취업난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석사 이상의 고학력자들이 대거 대졸 신입사원 채용시장에까지 뛰어들어 기업들이 즐거운 비명보다는 솎아내기에 부심하고 있다.석·박사나 공인회계사, 경영학석사(MBA) 등 고급 인력이 입사해 착실히 일을 배우면 바랄 나위가 없지만 실업자 신세가 두려워 '묻지마 취업'을 한 경우 길어야 1년 정도 회사에 머물다 떠나기 때문이다.

■일단 취직하고 보자

13일 서류전형을 마감한 효성에는 150∼200명 모집에 석·박사 1,933명, 공인회계사 10명, 노무사 4명 등 총 응시자 1만7,700여명 중 11% 가량이 고급 인력이었다. 동서식품은 일반관리직 2∼3명을 뽑기 위해 19일 서류전형을 마감한 결과 응시자 400여명 중 약 30%가 석사 이상이었다.

주5일 근무제 실시로 일약 '가장 일할 맛 나는 직장'으로 급부상한 금융업계에는 '학사 모집에 학사가 없는' 기현상이 벌어질 정도다. 한미은행은 최근 50∼100명 채용에 1만명 이상이 몰렸고 공인회계사, MBA, 외국대학 졸업자, 석·박사 등이 이중 30∼40%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96명을 최종 선발한 하나증권에는 박사학위 소지자 3명을 비롯해 MBA 17명, 공인회계사 등 전문자격증 소지자 65명, 석사학위 취득자 157명 등 고학력 인력들이 운집했다. 증권거래소도 15명 안팎을 뽑는데 공인회계사 304명, 석사 이상 학위소지자 565명, 외국대학 졸업자 50명이 지원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증시가 바닥인 올해와 같은 시점에 이처럼 고학력자가 몰리는 일은 난생 처음"이라고 말했다.

■고급인력 사양합니다

보령제약은 석사급 이상의 인력이 대졸 신입사원 선발에 지원하면 서류전형 단계에서 아예 제외해 버린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영업사원을 뽑는데도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의 석·박사가 몰린다"며 "몇 달 일하다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서류전형과정에서 탈락시킨다"고 털어놨다. 대형 식품업체 A사는 이들을 매몰차게 문전박대할 수 없어 석사 학위자에게는 서류전형을 볼 수 있는 '특혜'를 주고 있다. "

모집인원의 수십배로 몰려드는 고급인력 중 필요인원을 선발하기가 너무 어려워 아예 채용업무를 대행업체에 맡기는 기업들도 급증하고 있다. 채용정보 전문업체인 인쿠르트 김종훈 채용대행팀 과장은 "지난해 상반기 76건이었던 대행이 올 상반기에는 151건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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