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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배2002포스트시즌/이상훈 "빚지곤 못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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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배2002포스트시즌/이상훈 "빚지곤 못살지"

입력
200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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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LG가 현대를 3―1로 꺾고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쥔 후 열린 기자회견. 전날에 이어 2연속 세이브를 따내며 승리의 기쁨에 들떠있던 마무리 이상훈(31·LG)의 얼굴이 잠시 굳어졌다.갑자기 이종범(32·기아)과 맞붙게 된 소감을 묻자 난감해진 것. 이상훈은 "신경 쓰지 않는다.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받았다. 1990년대 프로야구 투타의 간판스타 이상훈과 이종범이 26일부터 시작되는 LG와 기아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서 숙명의 맞대결을 펼친다.

97년 한국시리즈 이상훈이 머뭇거린 것은 97년 한국시리즈의 악몽 때문. 당시 정규리그에서 한 시즌 최다 세이브포인트 기록(47 세이브포인트)을 세웠던 이상훈은 1승1패로 맞선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이종범에게 결승 투런 홈런을 얻어맞으며 패전의 멍에를 안았다. 결국 분위기를 탄 해태(기아 전신)는 2연승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이종범은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반면 이상훈은 3차전 패전 이후 등판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쓰라린 기억을 안은 채 일본으로 건너가야 했다.

한솥밥 인연 97년 한국시리즈서 잊지 못할 대결을 펼쳤지만 두 사람은 야구를 통해 남다른 인연을 맺어왔다. 93년 나란히 데뷔, 프로야구 중흥기를 이끌었던 두 사람은 98년 일본으로 건너가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99년에는 함께 팀의 리그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또 이종범이 일본에서 초라한 성적만 남긴 채 지난 해 국내에 복귀, 제2의 야구인생을 열었던 것처럼 이상훈도 일본을 거쳐 미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지만 좌절을 안고 올해 돌아오는 등 비슷한 행로를 걷고 있다.

승부의 중요변수 '이(李)의 전쟁'은 이번 플레이오프 승부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 두 사람 모두 팀의 최고참으로 정신적 버팀목을 하고 있는 처지라 한 사람이 타격을 입을 경우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는 이상훈이 우세를 보였다.

이상훈은 이종범과 올 시즌 5차례 만나 고의 사구 1개만 내줬을 뿐 삼진 1개를 포함해 무안타로 막았다. 또 이상훈이 준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연속 세이브를 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이종범은 정규리그 마지막 9경기서 9푼4리(32타수 3안타)에 그치며 빈공에 시달렸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전문가들 기아 우세 전망

대다수 전문가들은 기아가 우세할 것으로 전망했다. LG가 상승세를 타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시리즈를 9차례나 제패하며 단기전에 유독 강한 기아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마운드 선발은 키퍼(19승)와 리오스(14승)라는 확실한 원투펀치가 있는 기아가 한수위. 하지만 수준급 좌완투수가 없는게 약점이다. LG는 장문석, 이동현 등 불펜진에서 우위를 점한다. 마무리 역시 베테랑 이상훈이 지키는 LG가 신인 김진우를 내세운 기아보다 앞선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LG는 믿을만한 선발투수가 없는 게 부담이다.

타력 정규리그 막바지에 지친기색이 역력했던 이종범, 장성호 등이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기아가 우세하다. LG타선의 키는 이병규, 박용택 등 좌타자들이다. 이들이 좌완투수부재라는 기아의 아킬레스건을 얼마나 잘 공략하느냐가 관건이다.

수비력 내야의 수비력은 비슷하지만 박용택―이병규―마르티네스로 짜여진 외야수비는 LG가 다소 앞선다. 다만 LG는 1루수 최동수의 수비가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기동력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한편 준플레이오프에서 입증된 것처럼 추위가 이번 플레이오프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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