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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대통령 기록 사유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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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대통령 기록 사유물 아니다

입력
200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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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도에 의하면 김대중 대통령이 설립한 아태평화재단을 연세대에 넘겨주기로 청와대와 연세대측이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말 많은 아태재단을 대학에 맡기겠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청와대와 연세대측은 이 재단을 '김대중 도서관'식으로 개편하여 이 곳에서 김 대통령의 각종 통치사료와 비망록을 관리케 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 연세대는 이미 이승만 전 대통령의 유족으로부터 자료를 인수하여 관리해 왔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역대 대통령의 '통치사료'를 수집해 대통령학을 연구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언론은 전한다.이 보도가 오보일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만의 하나라도 청와대측과 연세대측이 그 같은 구상을 하고 있다면 이는 너무나 터무니없는 발상이다. 왜냐하면 1999년 제정된 '공공기관의 기록관리에 관한 법률' 제13조에는 ①대통령과 그 보좌기관이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생산 또는 접수한 모든 기록물은 중앙기록물관리기관(정부기록보존소)의 장이 이를 수집하여 보존하여야 한다 ②누구든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대통령관련 기록물을 무단으로 폐기·훼손하거나 보존하고 있는 공공기관 밖으로 반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동법 제30조에 의하면, 만약 기록물을 무단으로 은닉 또는 유출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만일 청와대가 대통령관련 기록을 연세대에 넘겨준다면 청와대측은 이 법률을 위반하는 셈이 된다.

양측은 대통령기록을 '통치사료' 혹은 '비망록'이라는 애매한 단어로 지칭하고 있는데, 동법 시행령 제28조는 대통령기록이란 대통령이 결재하거나 보고받은 기록물, 대통령과 그 보좌기관이 생산 또는 접수한 기록물은 물론, 대통령의 업무와 관련한 메모, 일정표, 방문객명단 및 대화록, 대통령의 영상 또는 육성이 수록된 시청각기록물, 대통령 가족의 공적 업무활동과 관련한 기록물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생산된 거의 모든 기록물이 이에 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대통령의 메모, 일정표까지 대통령기록의 범주 안에 들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연세대측이 주고받겠다는 '통치사료'와 '비망록'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아마도 이같은 발상은 현재 우리나라에 대통령기록관이 없다는 현실을 이용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하지만 이것도 이미 제도상으로는 만들어져 있다. 위에서 든 공공기록물 관리법은 정부기록보존소 산하에 대통령기록관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정부기록보존소도 장차 대통령기록관을 설립하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대통령관련 기록물의 목록은 매년 정부기록보존소에 통보되어야 하며, 정부기록보존소는 임기 종료 6개월 전부터 임기 종료까지의 사이에 대통령관련 기록물을 인수받게 되어 있다. 김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따라서 청와대는 지금 정부기록보존소에 대통령기록물을 인계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들은 관련법규가 없었던 점을 악용하여 청와대의 기록물을 퇴임 후 사유물처럼 집으로 가져가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기록물은 사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와 국민의 재산으로 후대에 영원히 남겨야 할 우리의 기록유산이다. 따라서 이들 기록물들도 위의 법률에 나오는 '국가기록물'로 하루 빨리 지정하여 사사로이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고, 가능하면 정부기록보존소에서 인수해야 한다. 현직 대통령기록물의 경우는 관련 법규가 이미 만들어져 있으므로 이에 따라 철저히 관리되어야 한다. 만의 하나 이를 사사로이 처분하거나 인수하려는 발상을 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법률로 처벌될 뿐만 아니라 역사의 영원한 죄인이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 찬 승 충남대 국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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