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같은 사람들이 집 앞에서 기다리다 협박을 하더니 요즘에는 매일 새벽 전화를 걸어 장기라도 팔라고 위협까지 합니다…."카드빚을 갚기 위해 사채업자에게 300만원을 빌린 김모(29·여)씨는 요즘 '사채의 덫'에 빠져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말 연 100%의 고리로 빌린 후 빚을 다 갚지 못하자 이율이 150%로 뛰었고 그나마 요즘에는 '바로 갚으라'는 협박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법 시행전 회수위해 갖가지 횡포
27일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 시행을 앞두고 사채업자들이 이자율을 대폭 올리고 돈을 빨리 회수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등 사채시장이 무법천지를 무색케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폭행, 협박 등을 통한 추심(돈을 대신 받아내는 일)을 할 경우 최고 5년 이하 징역에 처해지고 이율도 연 66%로 제한돼 사채업자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이 그 이유.
회사원 박모(30)씨는 최근 급전을 빌리기 위해 사채업자를 찾았다 깜짝 놀랐다. 박씨는 "사채업자가 연 200%의 이율을 요구했다"며 "사채업자들이 담합이라도 하듯 대부업법 시행전에 이율을 마구 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 시행전 고리로 돈을 돌리기 위해 미리 돈을 회수하려는 사채업자들의 횡포도 극심해지고 있다. 올 3월 남편 몰래 월 10%의 이율로 500만원의 사채를 쓴 주부 박모(46)씨가 대표적인 피해 사례. 박씨는 "선이자 150만원을 뗀 뒤 1년 후 모두 갚겠다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 매달 이자를 꼬박꼬박 냈는데도 지난달부터 '돈을 갚지 않으면 남편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부업법 실효성 크지 않을 듯
이런 상황에서 대부업법이 시행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고개를 들고는 있지만, 이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짙게 제기되고 있다.
우선 돈을 받기 위해 '부당한 위력을 행사하고, 채무자 친인척에게 말 글 음향 영상 등을 전달,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할 경우 처벌'을 하는 조항이 있지만 구체적인 규정이 없고 피해를 당해도 신고하지 않는 비율이 85%선에 달해 근본 대책은 못된다는 지적이다.
법 시행 후에도 사채업자들이 불법 영업을 계속할 가능성도 높다. 사채업자 김모(40)씨는 "현재 전주(사채업자에게 돈을 꿔주는 큰손)에게 이자의 20%정도를 줘야 하고 사채 미회수율이 10%를 넘는 상황에서 66%로 이자를 제한하면 어떻게 영업을 할 수 있느냐"며 "사채업자 10명 중 8명은 처벌을 무릅쓰고라도 불법 영업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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