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국민통합 21의 정몽준(鄭夢準) 의원을 번갈아 가며 두들기는 '갈라 치기'를 대선 전략의 기둥으로 삼은 듯하다. 두 사람의 지지율 등락에 따라 때로는 노 후보를 겨냥하고, 때로는 정 의원을 공격하는 내용이다.이 같은 전략은 연말 대선 때까지 현재의 3자 대결 구도를 끌고 가기 위해서다. 당 핵심부에서는 "3자 대결은 필승 구도"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양자 대결 구도에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뜻도 된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두 사람이 일정 수준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특정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어느 한 후보라도 지지율이 15% 아래로 떨어질 경우 승산이 낮다는 객관적 여론이 후보 단일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핵심 관계자는 "1987년 대선 때 노태우(盧泰愚) 후보의 승리 방정식을 떠올리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노 후보 진영은 지지도 추이에 따라 때로는 김영삼(金泳三) 후보, 때로는 김대중(金大中) 후보에게 공세를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이 23일 "노 후보가 정기국회 내 정치개혁법안 처리 주장을 했는데 이는 노풍을 재점화하려는 얄팍한 술수일 뿐"이라고 비난하는 등 노 후보쪽으로 공세의 방향을 튼 것도 이 때문이다. 4자 연대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정 의원의 지지도가 하락하는 기미가 엿보인 반면 노 후보가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는 판단에서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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