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초였다가 장초로 늘어나는 담배, 태연하게 휴대폰을 목에 건 채 효수를 당하러 가는 조선시대 사형수, 비오는 날 그림자….대하 사극과 시대극이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가운데 적지 않은 '옥에 티'들이 곳곳에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엄청난 물량과 엑스트라, 스태프가 동원된 채 바쁘게 제작하다 보면 실수도 있기 마련이다.
제작 도중 손바닥만한 모니터로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점검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렇더라도 20%에서 50% 대에 이르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도 이렇게 고증에 무심하다면 문제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일 방영된 SBS '대망' 4회 끝부분의 사형장 장면. 참수형을 당하는 사형수의 목에 휴대폰줄이 걸려있는게 선명하게 잡혔다. 시청률 50%를 넘나드는 화제작 SBS '야인시대'도 시청자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22일 방영분에서 왕발(이재포)이 다루는 구경 7㎜ 소형권총이 요즘 권총처럼 거의 반동이 없다, 자동사격에 자동장전까지 된다는 점이 시비거리가 되고 있다.
15일 방영된 구마적(이원종)의 시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두한(안재모)과 구마적의 우미관 대결 장면이다(사진). 구마적이 김두한 앞으로 다가올 때 물고 있는 건 꽁초다. 그러나 구마적이 김두한 앞에 바짝 다가섰을 때 갑자기 시가의 길이가 길어진다. 피면 필수록 길어지는 문제의 시가는 예리한 시청자들의 눈에 여지없이 잡혔다. KBS의 '태양인 이제마'(2TV)와 '제국의 아침'(1TV)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플라스틱 염주나 비오는 장면에서 그림자가 생기는 등 웃음거리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사소한 실수들은 시청자들에게 '옥에 티'를 찾는 기쁨을 주기도 하고 방송사 인터넷 사이트의 동호회를 결속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시대극과 사극에서 반복적으로 빚어지는 실수들은 졸속 제작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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