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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日의 "북한 학습효과"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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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日의 "북한 학습효과" 기류

입력
200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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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평양선언에 서명한 것은 국가, 국민에 대한 중대한 배신행위." "일본 외교 사상 최대의 실패."19일 개원한 일본의 임시국회에서 야당이 연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게 퍼붓는 공격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미국으로부터의 정보에 근거해 북일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책임있는 행동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해명했지만 궁색하기 짝이 없다.

지난달 17일 북일 정상회담 직후 "역사적 결단"이라는 평가를 얻었던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과 평양선언 서명은 북한의 핵 개발 시인으로 불과 한 달 만에 난타당하고 있다.

일본인 피랍자 중 8명이 숨졌다는 충격적인 소식으로 악화하는 여론 속에서도 "그런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국교정상화를 해야 한다"고 설득하던 고이즈미 총리와 외무성은 그대로 있을 수도 없고, 발을 뗄 수도 없는 지뢰를 밟은 형국이다.

오랫동안 북한을 감싸며 관계 정상화를 위해 물밑 창구 역할을 해 온 야당 사민당도 곤경에 처해 있다. 일본 국회에서는 "너희 당이 과거 북한과 이런 관계에 있었다" , "그러는 너희도 이런 잘못을 했다"는 식으로 연일 이전투구가 벌어지는 양상이다. "북한 핵의 공격 목표는 일본"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내에는 "북한과 일을 도모하면 끝이 좋지 않다"는 분위기가 퍼져가고 있다. '북한 학습효과'라는 말이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물론 부정적인 표현이다.

미우나 고우나 같은 민족인 한국은 북한과의 교류·협력 자체를 단절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또 한 걸음 비껴 서있고 미국은 냉정하다. 일본에 부정적인 북한 학습효과가 생겨나는 것은 한국에게든 일본에게든, 그리고 북한이 어떤 의도를 가졌든 그들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다. 제3국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마음은 그래서 더욱 답답하다.

신윤석 도쿄 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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