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3일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주요 대선 후보들과 가진 회동은 주요 국정현안에 대해 모든 정파가 한 자리에 모였다는 의미가 돋보였던 데 반해 각 후보 간 사후 평은 엇갈리는 모습이었다.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청와대 회동 직후 "이번 청와대 회담이 국민적 공감을 얻는데 조금이라도 유익하길 바랬으나 충분한 논의보다 각자 얘기하고 끝나버려 아쉽다"며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했던 분에게는 성과가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나라당측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 여야를 떠나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는 데 의미가 있었지만 회동 형식에 문제가 적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이 후보는 "북한의 핵개발과 대북지원은 연계돼야 한다"는 자신의 요구에 대해 임동원(林東源) 외교안보통일특보가 나서서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데 대해 몹시 불쾌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가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임 특보에게 맡긴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의전 형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당초 조순용(趙淳容) 청와대 정무수석과 권철현(權哲賢) 후보비서실장간 협의과정에선 통일부장관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5분씩 보고한 뒤 후보들과 대통령이 발언하는 것으로 돼 있었을 뿐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공보수석, 특보 등이 참석한다는 얘기는 없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여의도당사로 돌아와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회담 전에 한 두 분 후보께서 상당히 강경한 입장을 발표해 걱정했었는데 회담에서는 훨씬 부드러운 입장에서 대화가 오갔다"고 말해 이회창 후보와 정 의원의 강경론이 자신의 유연 대응 쪽으로 수렴됐음을 은근히 강조했다.
그는 회담 성과에 만족감을 표시한 뒤 이 후보의 발언만 소개하고 정 의원에 대해선 "특별한 주장을 하지 않아 소개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무시해 버려 배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국민통합 21의 정몽준(鄭夢準) 의원은 "오늘 회의는 CNN에 부탁해서 국제적으로 생중계해도 좋았을 것"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정 의원은 "해결 방안에 대해 다소간의 의견 차가 있었지만 후보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공유한 것이 최대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 문제가 첩보에서 정보수준으로 발전한 것은 8월 마지막 주였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었다"며 "미국이 제3국을 통해 정보를 받았는데, 정부측은 제3국이 어느 나라인지 밝히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김광덕기자 kdkim@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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