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화면을 꽉 채운 노을 진 바다, 40대 미혼모와 20대 청년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랑, "복수할 거야. 깨끗이 잊어주는 걸로 복수할 거야" 같은 맛깔스러운 대사….역시 '표민수―노희경' 콤비다. 드라마 '거짓말' '슬픈 유혹' '바보 같은 사랑'으로 마니아를 거느린 표민수 PD와 극작가 노희경씨의 새 드라마 KBS 2TV '고독'(사진)이 21, 22일 1, 2회를 방송했다. 결과는 '만족스럽다'는 반응. 23일 오전 현재 인터넷 게시판에 1,300여 건의 글이 올라왔고, 조회수도 1만 건을 훌쩍 넘었다. 시청률은 이틀 연속 8.4%(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로 SBS '야인시대'(21일 51.1%, 22일 48.5%)와는 비교가 안 되지만 첫 방영임을 감안하면 비교적 높다.
먼저 화면 구성과 카메라 워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남자 주인공 영우(류승범)와 여자 주인공 경민(이미숙)이 노을 진 바다를 배경으로 섬 주변을 배를 타고 도는 장면은 '촬영일정이 급박한 TV미니시리즈에서 저런 화면이 나올 수 있나' 싶을 정도. 특히 달리는 배 위에서 거의 흔들림 없이 두 주인공과 석양을 함께 잡은 화면에서 강장수 촬영감독의 역량을 엿볼 수 있다. 인터넷에 "'고독'을 보고나니 바다가 보고 싶어진다"(firelight08)는 글까지 올라왔다.
대사 역시 깔끔했다. 남자친구에게 버림을 받은 경민의 어린 딸의 "깨끗이 잊는 걸로 복수하겠다"를 비롯해 "잊어주는 것이 복수인지도 알고, (우리 딸) 많이 컸네"라는 경민의 답변, "나이 40이든 50이든 내가 사랑하는 한 당신은 여자"라는 영우의 고백 등 노희경씨 특유의 어법이 네티즌을 사로잡았다. 다만 '거짓말'의 윤여정 배종옥처럼 모녀가 또다시 친구 같은 관계로 설정되는 등 작가의 '자기복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과제로 보인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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