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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식논평 않고 "北진의"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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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식논평 않고 "北진의" 촉각

입력
200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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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개발 문제를 대화로 풀겠다는 남북 간의 합의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22일(현지시간) 나오지 않았다. 미 정부 관계자는 정확한 합의 내용을 파악한 뒤 미국의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며 논평을 유보했다.하지만 이날 낮 국무부의 정례 브리핑은 미국의 입장을 유추하기에 충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핵개발 문제가 한국의 햇볕정책 추진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같은 입장은 북한이 핵개발을 인정한 후 남북화해, 이산가족결합,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북한을 대화로 이끄는 문제를 두고 충분히 논의한 결과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바우처 대변인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우리가 이미 북한에 말한 것에 대한 언급이 없이 대화를 말하는 것은 이 문제의 해결방식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북한이 스스로 핵 개발 프로그램을 폐지하지 않으면 대화는 없다는 기본입장의 재론이다. 그는 "새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북한의 대화 제의에 대해서도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보다는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남북장관회담의 결과에 대해 미국이 논평을 내 놓는다 해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는 한국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문제와 미국의 대북 대화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런 입장은 미국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의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해체를 위한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동맹국의 입장을 경청하기보다는 미국을 따르도록 강요할 여지를 남기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매년 50만 톤으로 책정된 중유 공급을 언제든지 중지할 수 있다는 태세다. 북한이 1994년 제네바 핵 합의를 어긴 이상 미국도 그 의무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북한이 핵개발 포기 의사를 보이지 않을 경우 경수로 건설 지원 중단이라는 강수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워싱턴의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대북관계에서 한걸음 물러나 있기를 사실상 강요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북한에 취할 조치의 강도는 26일 열리는 멕시코 아태경제협력체(APEC)에서의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고비로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에는 바람직하지 않는 결론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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