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0월23일은 상강이다. 한로(寒露)와 입동(立冬) 사이에 드는 상강은 24절기 가운데 열여덟번째다. 이 무렵 태양의 황경(黃經)은 대략 210도가 된다. 상강은 글자 그대로 된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시기다. 가을의 마지막 절기인 만큼 밤에 기온이 뚝 떨어져,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되는 것이다. 옛 중국 사람들의 관찰에 따르면, 승냥이가 산짐승을 잡고 초목이 누렇게 변하며 동면(冬眠)하는 벌레가 모두 땅에 숨는 것이 상강 무렵 풍경이다. 이 무렵 농촌은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가을걷이로 바쁘다.서리는 기온이 빙점 아래로 떨어져 대기 중의 수증기가 지면이나 주변 물체에 들러붙은 얼음 결정이다. 일반적으로 저위도 지방보다 고위도 지방이, 그리고 낮은 지대보다 높은 지대가 종상일(終霜日)이 늦고 초상일(初霜日)이 일러 무상기일(無霜期日)이 짧다. 한반도에서는 개마고원의 무상기일이 가장 짧아 120일 안팎이고, 제주도의 무상기일이 가장 길어 275일 정도다.
서리는 농작물에 큰 해를 입히기도 한다. 그래서 서리는 심한 피해나 타격의 비유로 쓰인다. 힘이 없고 동작이 굼뜬 사람을 비유하는 '서리 맞은 구렁이'라는 속담이나, 정신적·물리적 타격을 받아 풀이 죽는 것을 뜻하는 '서리를 맞다' 같은 관용구에서 서리의 그런 곁가지뜻이 보인다. 머리가 하얗게 센다는 뜻의 '서리를 이다'라는 관용구는 서리로 뒤덮인 땅이 햇살을 받아 하얗게 보이는 데 착안해 만들어졌을 것이다. '서릿발 같다'는 관용어는 매섭고 준엄하다는 뜻이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도 있다. 음력 5월이나 6월이면 한반도 북단에서도 종상일이 지난 여름인데, 이런 한여름에도 오슬오슬하게 서리를 뿌릴 만큼 여자의 한이 무섭다는 뜻이겠다.
고 종 석/편집위원aromach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