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 연대 무산이 기정사실화한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322호실. 민주당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공동회장인 최명헌(崔明憲) 의원이 기자들과 만났다. 최 회장은 "오늘 아침 신문들이 일제히 4자 연대가 어려울 것처럼 보도해서인지 후단협 일부 의원들 사이에 연대 성사의 동인을 만들기 위해 탈당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최 회장의 언급과 달리 후단협 등 민주당 탈당파는 이제 정치권에서 신뢰를 잃은 '양치기 소년'으로 취급되는 분위기이다. 탈당론이 언제부터 나왔는지 되짚기 어려울 정도로 시간이 흘렀지만 자신의 말을 행동에 옮긴 의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의원들이 이렇게 미적거리는 것을 "정치인으로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선택을 앞둔 신중함"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여지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탈당파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지지도 타령'은 이 같은 우호적인 해석까지 스스로 부정하는 모습으로 비친다. 멀리 갈 것 없이 21일 후단협 회의에서 한 경기출신 의원은 "우리가 탈당한 뒤 정몽준(鄭夢準) 의원 지지도가 떨어지면 우리는 정치철새가 되는 것 아니냐"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아무리 탈당파들의 고민에 공감한다고 해도 이 같은 발언은 너무나 속보이는, 기회주의적인 행태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누가 됐든 지지율이 높아 당선가능성이 큰 쪽으로 가겠다"는 해바라기성 의도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한발 더 나아가 "정 후보 지지도가 떨어지면 민주당에 그대로 남을 수도 있다"는 말도 된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탈당파 때문에 초래됐던 정국의 혼미, 국민의 혼란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 것인지 묻고 싶다.
대선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선택을 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정당한 선택, 투명한 태도를 보고 싶다.
신효섭 정치부 차장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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