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금융·서비스시장 개방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렬위기에 빠졌다. 내일까지 칠레측이 제시한 최종안에 대한 우리측 입장을 통보한다지만 결과는 불투명한 상태다. 우리측의 협상력 부재 때문이다. 이번 협상에서도 예외없이 고질적인 한건주의와 부처 이기주의가 나타났다. 외교통상부는 20일 밤 언론사에 한·칠레 FTA 협정이 곧 타결될 것이라고 통보했다.그러나 정작 그 시각 양국 협상단은 금융·서비스시장 개방이라는 문제를 놓고 협상 좌초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외교부가 FTA체결 성과로 생색을 내기 위해 마무리도 제대로 안 된 협상의 발표를 서둘렀다는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
외교통상부는 "재정경제부가 협상 막판에 발목을 잡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상 내내 가만히 있다가 막판에 뒤늦게 금융·서비스시장 개방 문제를 들고 나와 일을 그르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재경부의 말은 다르다. 외교부가 농업 문제가 합의되자 마치 다른 분야까지 모두 해결된 것처럼 지나치게 앞서 나갔다는 주장이다.
FTA가 타결되면 교역규모가 늘어나 자연스럽게 금융기관 설립이나 자본거래 자유화 문제가 제기되는데 금융분야의 예외를 인정하면 협정을 성사시키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재경부의 입장이다. 우리는 부처간 의견도 제대로 조율하지 않은 채 이처럼 중대한 국가간 협상이 진행됐다는 데 놀라움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관련부서가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아도 쉽지 않은 판에 주도권 다툼과 생색내기로 적전 분열을 일삼았으니 협상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재경부는 충분한 준비를 못했고 외교부는 성급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중요한 것은 협상타결 자체가 아니라 협상의 내용이다. 자칫 '이번 정권 내 체결'에 연연하다 실익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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