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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FTA협상 진퇴양난 정보·전략·전문성 "3無"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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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FTA협상 진퇴양난 정보·전략·전문성 "3無"탓

입력
2002.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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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막바지에 의외의 복병을 만나 진퇴양난에 빠졌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쟁점들에 대해 모두 양보하자니 백기(白旗)를 드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고, 거부하자니 협상이 완전 결렬될 위기에 놓였다. 이 같은 결과는 협상 상대방에 대한 정보 부재, 허술한 부처간 협의, 협상팀의 전문성 부재 등 통상외교의 고질병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정보 부재

이번 협상에서 미합의 쟁점은 우리측이 요구한 '금융기관 투자 개방' '칠레의 외국인투자촉진법(DL600)의 FTA 적용 배제' '투자대상 분야 예외 범위' 등 3가지다.

정부는 그러나 협상에 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들 쟁점이 타결의 걸림돌이 될 줄은 몰랐다. 주무부처인 재경부 조차 이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새벽 협상팀으로부터 보고를 받기 전까지는 칠레가 그렇게 완강한 입장을 취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처간 협의에서도 이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이번 협상에 앞서 열린 관계부처 차관회의와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도 금융을 포함한 투자·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는 전혀 협의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재경부가 안건으로 올리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농산물 양허안 등 중요 현안에 가려 검토할 여유를 갖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재경부 실무 담당자는 "농산물 양허 문제에 대해서는 3차례 정도 사전 조율이 있었으나, 투자·서비스 부문에 대해서는 칠레의 입장을 사전에 타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칠레측과 1년8개월만에 협상을 재개했을 때도 칠레측은 주요 농산물의 예외를 수용하는 등 확연히 달라진 태도를 보였으나, 정부는 이 같은 변화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해 효율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상대방에 대한 정보에 그만큼 어두웠다는 것이다.

■따로 노는 정부부처

협상을 총괄하는 외교통상부는 20일 밤까지도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흘렸다. 금융 개방이 막판 쟁점이었지만, 결국 타결될 것으로 예상한 것. 그 동안 관계부처 협의에서 이 문제가 전혀 논의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다. 외통부 관계자는 "협상이 5개 작업반으로 나뉘어 해당 부처 중심으로 진행해왔기 때문에 분야별 쟁점사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다"며 "재경부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한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경부는 "투자·서비스 분야 협상이 미흡해 타결을 속단할 수 없는데도 외통부가 지나치게 상황을 낙관해 일이 오히려 꼬이게 됐다"고 맞받아쳤다. 재경부는 금융시장 개방 논의를 2∼3년 뒤로 미루자는 타협안을 제시하면 칠레가 응할 걸로 기대했는데, 예상보다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협상팀 교체

협상 직전에 재경부 담당자들이 바뀐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경부는 투자·서비스 분야를 담당하는 주무과장을 이번 협상 직전인 지난주 국제경제과장에서 경협총괄과장으로 교체했다. 국제경제과장이 남북경협문제로 일이 많다는 이유였다. 담당 국장도 지난 9월 인사에서 바뀌었다. 이 때문에 협상과정에서도 부처간 의견을 조율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2000년 12월 4차 협상 이후 지금까지 우리측 실무 책임자들이 수 없이 바뀐 반면, 칠레측은 멕시코, 유럽연합 등 10여개국과 FTA 협상을 경험한 베테랑들이 포진해 있다"며 협상팀의 전문성 부재를 지적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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