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개발 계획의 존재를 시인했음이 공개된지 일주일이 다 돼가지만 아직 책임 있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장관급 회담 참석차 방북한 정세현 통일부 장관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오랫동안 만났지만, 북한은 공동보도문에서 핵개발 계획 파문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꺼려했다. 김 위원장은 정 장관에게 "북한도 최근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입장표명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을 철회할 용의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안보상 우려를 해소할 준비가 돼 있다"는 하나 마나 한 소리가 고작이다.북한이 핵 카드에 체제의 사활과 김정일 정권의 명운을 걸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은 물론, 북한 핵 문제를 지켜보는 전세계는 북한이 무슨 이유로 갑작스럽게 핵개발 계획의 존재를 시인했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북한은 최소한 이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입장을 밝혀야 한다.
북한은 북일 정상회담에서 금기시돼 왔던 일본인 납치 문제를 과감하게 시인했다. 핵개발 계획에 대해서도 그 이유를 못 밝힐 이유가 없다고 본다. 제임스 켈리 특사는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해 '과감한' 접근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도 미국과 일괄타결식의 빅딜을 원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과감한 접근과 빅딜이 성립하자면 이에 상응하는 파격이 수반돼야 한다.
북한은 현재 상황이 핵확산 금지조약(NPT)을 기습적으로 탈퇴한 뒤 벼랑 끝 협상으로 재미를 보았던 94년과 판이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 행정부와 다르고, 국제정세가 북한과의 지루한 줄다리기를 인내할 만큼 한가롭지가 않다. 북한에 주어진 시간은 상당히 제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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