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는 22일 "이번에는 북한 입장에서 미국을 설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시인했다고 발표한 직후 "북한이 대화 의지를 밝힌 것으로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해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부분 입장이 선회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정부는 당국자 간 협의를 거듭한 뒤 제네바 합의에 대한 평가 등 총론적인 대응책에 대해서는 사실상 미국 일본과 입장을 일치시켰다. 현 단계에서 정부의 공식 설명은 "제네바 합의의 유지든 폐기든 한국 정부나 미국 정부에서 결정된 바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태도에 따라서는 제네바 합의를 폐기시키는 것을 포함한 모든 대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합의 무효화의 시점, 그리고 대북 중유공급 및 경수로 건설사업의 지속 문제 등 대북 대응책의 각론으로 들어가면 미국측과 여전히 시각차가 감지된다. 제네바 합의를 원점에서 논의하되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는 문제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결국 멕시코 로스카보스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에서 열리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의 쟁점도 여기에 모아질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제네바 합의가 북한 핵 동결을 담보해온 점과 합의가 깨졌을 경우 북한 핵 활동을 감시할 장치가 사라진다는 측면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해 아직까지 합의 유지쪽에 무게를 싣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동시에 북한 핵 개발 계획 시인으로 중대한 결함이 생긴 것도 사실"이라고 말해 새로운 핵 문제를 포함시킬 수 있는 제네바 합의의 개정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제네바 합의 파기가 공식화하지 않는 한 대북 경수로 공사 중단 여부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 이사국들이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제네바 합의 틀이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경수로 건설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집행이사국들의 의사도 무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대북 중유 공급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공급의 일시적인 지연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경수로 사업 중단이나 미국의 대북 중유공급 중단 조치가 이뤄지더라도 이는 북한의 의무 위반에 대한 대항 조치일 뿐 제네바 합의의 최종적인 파기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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