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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드라마 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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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드라마 두 편

입력
2002.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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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가 22년 만에 안방에서 사라진다. 농촌문화에 또 하나의 등불이 꺼지는 듯하다. MBC가 소재도 바닥나고 시청률도 떨어져 내린 결단이라고 한다. '전원일기'는 세계 드라마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출연진과 소재 등에서 아름답고 풍성한 기록을 남겼다. 이를 소재로 한 논문도 여러 편 나왔다. 종영을 아쉬워하는 무성한 목소리에는, 농촌진흥원 사람들의 안타까움도 섞여 있다. 이들은 "'전원일기'의 종영으로 우리 농촌을 대표하는 큰 상징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전원일기'를 보며 향수를 달랜 그동안은 농촌문화에서 도시문화로 옮겨가는 기간이었다. 1970년대에 이농현상이 시작돼 80년에 전체인구의 18%를 차지하던 농가인구는 2000년에는 8.7%로 줄었다. '전원일기'의 종영은 연예에서도 농경시대가 퇴장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그동안 이 드라마에서 위안을 받던 농촌 출신일수록 아쉬움과 미련이 진할 것이다. 이제 농촌적 인정과 전원적 순수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 한편에서는 김두한의 삶을 그린 SBS '야인시대'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독립군 장군의 아들로 태어나 깡패 두목, 국회의원으로 변모해 간 생애를 다룬 드라마다. 누구나 격정적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운명만이 그것을 가능케 하지만, 쓰라림이 더 많은 운명적 삶도 타인에게는 매력적이다. 타인이 탄 배는 낭만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액션과 의협심, 항일정신으로 통쾌한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을 주고 있다. 그러나 폭력을 미화하는, 위험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 '전원일기' 장기 출연자들의 피곤은 이해할 수 있지만, 시청률 8%대가 종영의 한 이유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 정도는 감수할 만한 드라마가 아니었던가? 지난봄 시골 할머니와 도시 외손자를 등장시켜 실향의 정서를 자극한 영화 '집으로…'가 큰 호응을 얻었듯이, 이 드라마의 종영도 아쉬운 상실감을 일으킨다. 출연진이나 배경이 바뀌더라도 '전원일기'라는 제목의 농촌 드라마는 살아 남기를 원하는 시청자들도 많다. MBC가 속편이라도 만들었으면 한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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