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반도체 채권단이 하이닉스의 '선(先) 정상화'를 위해 신규 금융지원을 포함한 대규모 채무재조정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해외매각 불발 이후 "하이닉스에 단 한푼도 새로 지원할 수 없다"고 하던 기존 입장에서 180도 선회한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21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이닉스 채권단은 이 달 말이나 내달 초 전체회의를 열어 도이체방크의 구조조정안을 토대로 하이닉스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해외매각 추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데다 반도체 경기 역시 불투명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하이닉스의 경영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생겼다"며 "채권단의 추가 출자전환이나 감자(減資)는 물론 신규지원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하이닉스의) 현금흐름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반도체 업계의 특성상 신규투자를 제때 못할 경우 현재의 기업가치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언젠가 해외매각을 재추진하더라도 일단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해, 신규지원 추진방침을 강력 시사했다.
실제로 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설 업그레이드 등을 위해 올해 1조3,000억원의 투자계획을 세웠지만 자금여력 부족으로 10월 현재까지 4,000억원만 집행, 신규자금의 수혈이 시급한 상황이다.
채권단은 이와 함께 도이체방크가 제시한 구조조정방안에 따라 국내 금융권부채(4조9,000억원)중 무담보(신용)채권 2조원 가량을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차입금의 만기를 2∼3년 연장하며 26조원에 달하는 하이닉스 자본금을 20대 1 이상으로 균등 감자하는 방안도 채권 금융기관 협의를 통해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하이닉스 정상화방안이 채권단 전체의 동의를 얻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신이나 리스 등 제2금융권을 비롯해 상당수 채권은행들이 하이닉스에 대한 신규지원에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채권단 협의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대다수 은행들이 하이닉스 여신에 대해 사실상 100%의 대손충당금을 쌓은 상태에서 다시 엄청난 충당금 부담을 감수해 가면서 신규 지원에 나서겠냐"며 "채권단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채무재조정도 상당수 금융기관들이 비토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해, 난항을 예고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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